매일신문

농협횡령혐의 구 前지소장 검거

농협 60억 횡령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달서경찰서는 16일 밤 중국 밀항을 기도하던 구자강(45) 전 지소장을 부산에서 검거하고, 이를 돕던 윤만영(49)씨는경부고속도 북대구톨게이트에서, 구씨의 친구 권모(44)씨는 달서구 이곡동 집에서 각각 붙잡아 사건 전모를 캐고 있다.

이로써 경찰은 지난 5일 박훈식(35) 성광현(34)씨, 6일 김창현(36)씨 등 4명, 9일 남기영(43)씨 등 지금까지 10명을 검거했으며, 김홍기(29) 권오성(29)씨 등 다른 공범들을 계속 쫓고 있다.

붙잡힌 구씨는 경찰에서 개인 빚 2억원과 도박 빚 3억원 등에 시달려 오다 지난 10월 중순쯤 친구인 권씨(44)와 도박판에서 알게된 남씨를 각각 만나 60억원 횡령을 모의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거된 또다른 모씨가 배후에서 모든 범행과정을 계획.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돈은 남씨가 김창현(36) 및 이충현(46)씨를 시켜 인출토록 한 뒤 이들이 다시 박훈식(35) 성광현(34) 최진식(40) 우명수(46)씨에게 인출토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붙잡히지 않은 김홍기 권오성씨는 구자강씨의 친구 권씨 지시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구씨 등은 같은달 30일과 11월7일 법인 명의의 계좌 3개를 만든 뒤 여러차례 모의연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구씨는 범행 후 수사망을 피해 서울.경기.인천 등의 여관을 떠돌아 다니다 공범들이 속속 검거되자 중국 밀항을 계획하고 지난 12일 이후 대구로 되돌아 와 윤씨 등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지원 요청 전화를 받았다는 윤씨는 "첫 통화 때 구씨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고 자포자기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으며, 그 후 구씨는 부산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윤씨와 함께 2천만원을 준비해 밀항업자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13일 첫 접촉과정에서 밀항업자가 현금을 요구해 밀항 날짜를 늦춘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는 2년 전 후배 소개로 구씨를 알게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구씨는 남기영씨 이외의 이미 검거된 6명은 모르는 사람들이고 자신은 돈을 한푼도 챙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지난달 28일) 오후 18억500만원을 인출한 김홍기 권오성씨로부터 돈을 건네받기 위해 약속 장소인 충북 목천에 갔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것.

함께 붙잡힌 윤씨는 "김창현씨와 남기영씨 등이 돈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미 구속된 김씨 등은 그런 바 없다고 부인했었다.

이때문에 경찰은 범행 관련자를 10명이나 붙잡고도 김창현씨로부터 압수한 5억100만원 이외의 돈 행방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17일 붙잡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범인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1시쯤 대구 월배농협 월성지소에서 현금 60억원을 3개 법인 통장으로 20억원씩 이체한 뒤 다시 4개 은행 12개 계좌로 분산이체해 구속된 박훈식(35) 최진식(40) 김홍기(29)씨 등을 통해 39억500만원을 인출해 갔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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