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이야기-체질 의학 관심 고조

'체질'이 유행이다. TV 드라마로도 방송된 이제마 선생은 자신이 죽은 뒤 백년이 지나면 본인의 학설인 사상의학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것으로 예견했다고 한다.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 소양, 태양 등의 네가지 체질 분류는 상식이 됐고 이와 유사한 각종 체질 분류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유행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체질의학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체질과 DNA와의 연관성을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

'오링테스트'란 체질분류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O자를 만들고 반대편 손에 체질별로 구분된 음식이나 약을 든다. 이 때 다른 사람이 엄지와 검지를 양쪽으로 당겨 손가락의 힘이 빠지느냐에 따라 체질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오링테스트는 시들해졌다. 테스트할 때마다 체질이 달라지거나 테스트 결과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었다가 되레 몸이 나빠졌다는 등의 시비가 잇따랐던 것이다.

왜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해 완벽한 체질분류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체질의학을 창시한 이제마 선생도 체질을 가리기 위해 처녀의 가슴을 만지거나 환자의 따귀를 때려보면서까지 그 사람의 본심과 본성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은 본성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한의사들이 체질을 정확히 감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진단과 함께 그 사람의 성격·생활습관·생김새·말투, 심지어 집안 사람들의 성격까지 고려한다. 이렇게 해도 사람의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환자 본인도 자신의 본성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체질을 정확히 감별해 본성을 알아내기는 마치 도(道)를 깨치는 일처럼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본성은 스스로 철저히 성찰하면 알아낼 수 있다. 즉 자신을 스스로 속이지 않으면 분명 자신이 어떤 마음에 편향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본성이 보이면 체질도 가려지므로 옛부터 가장 훌륭한 의사는 바로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 체질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체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체질을 바꾸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체질은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본성을 바꾸면 체질도 바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본성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아집이나 욕심에서 벗어나 성현으로 존경받았던 사람들은 본성을 바꾸었고 따라서 체질이 바뀐 사람이었을 것이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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