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교동 구 자유극장 골목의 구제품의류 시장. 10여개의 구제품 점포가 들어선 한 대형매장에는 청바지를 찾는 20대 남성에서부터 60대의 노신사, 50대의 주부가 물건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두가 평소 자주 드나들던 가게인 듯 주인과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며 익숙하게 제품들을 풀어헤쳐 보거나 치수를 맞춰보고 있었다. 맞은 편 50여평의 가게에도 20여명의 손님들이 주인에게 가격과 브랜드를 물으며 열심히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고 싶지만 정상매장에서는 15만원씩을 호가해 사기가 어렵다"며 "여기서는 2만원이면 살 수 있고 새 옷이 주는 부담도 없어 구제품 시장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품을 접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는 구제품 의류하면 '중고''싸구려''가짜'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 오른다. 그러나 요즘 구제품은 다르다. 분명 이미 사용된 헌 옷인 구제품이지만 한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은 '구제마니아'가 되고 만다.
한번 입었던 '흠'은 있지만 품질이 괜찮은 브랜드나 고가의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는 것. 또 같은 제품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나만의 개성을 살리고 코디를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이들을 구제마니아로 이끈다.
현재 대구시내에는 중구 구 자유극장 골목, 달서구 서부정류장 옆의 관문시장, 남구 봉덕시장내에서 구제품 의류를 취급하고 있고 인터넷 사이트에도 지역민들이 만든 구제품 전문 코너가 있다.
특히 3년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구 자유극장 골목의 구제의류 시장은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지역 소매상인들도 자주 찾는 구제품 의류도매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10여개 이상의 임대점포를 갖춘 대형매장만 4곳이고 국내 구제품 가게까지 포함하면 20여곳이나 된다. 대형매장에는 스타킹, 액세서리에서부터 코트, 이불까지 다양한 상품구색을 자랑한다.
이곳의 가격은 평균잡아 정상제품의 10분의 1수준. 정상가 200여만원짜리 제품이 25만원, 15만원짜리 유명브랜드 청바지를 2만원대에 살 수 있다. 버버리 닥스 겐조 등의 유명 브랜드는 물론 국내 브랜드 구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대형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석모(47)씨는 "이 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 모두 만족하는 편이어서 다른 손님들을 끌어 오는 경우가 많고 한번 구제품을 이용하면 구제품 애용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봉덕시장내에 20여개 업소, 관문시장에 15개 업소가 구제품을 취급하고 있고 인터넷상에는 시원이네구제(www.gujae.kr), 구제코디(www.gujecody.co.kr), 땡의류(www.ddang21.net) 등의 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곽모(30·여)씨는 "유·아동 구제품을 취급하는데도 한달 평균 1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구제품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점주들이 밝히는 구제마니아들은 대개 두가지 부류. 한 부류는 브랜드 애호층이고 또 다른 부류는 순수 알뜰파들이다. 젊은 층과 신세대 주부층, 일부 중·장년 층은 유명 브랜드를 입고 싶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40대 이상의 주부층은 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구제품 시장을 찾는다는 것.
그러나 점주들은 구제품은 외국 브랜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국인의 체형에 맞지 않고 일부 제품은 흠이 있을 수도 있어 구입할 때 잘 골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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