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울 오매 뼈가 다 녹은 청도 장날 난전에서

목이 타는 나무처럼 흙비 흠뻑 맞다가

설움을 붉게 우려낸 장국밥을 먹는다.

5원 짜리 부추 몇 단 3원에도 팔지 못하고

윤사월 뙤약볕에 부추보다 늘쳐져도

하굣길 기다렸다가 둘이서 함께 먹던…

내 미처 그때는 셈하지 못하였지만

한 그릇에 부추가 열 단, 당신은 차마 못 먹고

때늦은 점심을 핑계로 울며 먹던 그 장국밥.

-민병도 '장국밥'

▧시를 읽다보면 "유독 시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시가 있다. 체험의 절실성이 시적 기교를 압도한 경우이다. 이럴 땐 시가 정말 가슴을 친다. 이 시에서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낀다.

모두가 난전에서 부춧단을 팔고, 밥을 굶어가면서 자식을 키운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은 분명 남다르다. 그런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란 나는, 오늘 왜 이렇게 타산적이고 이기적일까?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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