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창의성 교육' 시대

'지식기반사회'로 일컬어지는 21세기에는 국가 사이의 두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뛰어난 인재들을 집중 육성하는 분위기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 교육의 주요 덕목과 핵심은 첨단지식과 정보 혁신, 문화 역량의 극대화 등이며, 빼어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 지름길이라 한다.

오늘의 사회와 대학에서 21세기형 창의적 인재를 간절히 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여전히 암기와 찍기라는 전근대적인 교육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올해 수능시험에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묻는 문제가 출제돼 대부분의 학생들이 당황했다 한다. 언어 영역에서 전자 CD롬 국어사전을 사용해 '거리'가 들어가는 단어를 검색한 뒤 지정해준 단어의 뜻과 맞는 글을 찾도록 하는 문제였는데, 정답 '찍어주기'에만 길들여진 결과 쩔쩔맬 수밖에 없었을 게다. 이 문제를 놓고 학생들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주입식 교육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명문 대학인 하버드대에 '톡톡 튀는' 서울 대원외고 남녀 두 학생이 나란히 합격해 화제다. 영어동화 두 편을 내 관심을 모은 이준행군과 미국 수능시험 SAT에 만점을 받은 김지완양이 그 주인공들로 사회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낸 특별한 경력 때문에 인정받아 더욱 그렇다. 이군은 올해 근로청소년회관에서 고입 검정고시반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양은 환경단체 청소년 소식지 편집장도 맡고 유엔 환경회의에 청소년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업 성적 외의 활동도 돋보이고, 독창적인 자유 주제 에세이도 높이 평가돼 영광을 안게 된 셈이나 우리 교육 현실에 비춰 생각해볼 점들이 적지 않다. 철학을 전공하려는 이군은 조로아스터교와 힌두교의 우주관을 천체물리학과 연결시킨 에세이로 '신비로운 착상'이란, 생물학 전공 예정인 김양은 과학자들이 생물 대상 실험에서 느끼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담아 생명 복제 시대의 딜레마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니 이 얼마나 참신한 발상인가.

▲더구나 이들은 점수 위주의 우리 대학 입시제도에 대해 '한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나름대로 성적 등수만으로 평가받는 교육 방식에도 아쉬움을 털어놓았다니 기성세대들이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을까. 이 두 학생도 자신의 재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경우지만, 각 분야마다 뛰어난 잠재적 재능을 지닌 인재들을 찾아내 그 가능성을 최대한 계발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우리 교육의 여건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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