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전용야구장 '헛 스윙'

대구야구 전용구장을 세우는 일이 재원 확보 등의 문제로 인해 벽에 부딪히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처음으로 우승한 직후 대구시가 삼성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야구 전용구장 건립 문제를 제기했으나 재원 확보가 쉽지 않아 단시일내에 추진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0년대초 이후 끊임없이 거론되어 오던 대구야구 전용구장은 이제 결실을 맺을 시기이나 눈덩이처럼 늘어난 재원 규모로 인해 벽에 부딪혀 있으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건설비용이 늘어나는 등 더 힘들게 돼 하루 빨리 해법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1천500억원의 재원 마련이 걸림돌=전용구장 건립에 드는 비용은 1천500억원 규모. 대구시는 전용야구장 부지 4만4천평 중 대구시 부지를 제외한 민간소유 부지 매입에 50여억원을 들여 삼성에 무상 제공하는 대신 야구장 건립 비용을 삼성이 부담하길 요청하고 있으나 삼성은 그만한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벌그룹 계열사간 상호 출자나 지급 보증이 제도적으로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자금을 투자하기 어려우며 삼성이 그만한 재원을 전액 부담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가 "전용야구장 건립이 시급하나 제도적으로 힘든 실정이어서 이건희 구단주가 사재를 출연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적인 장애가 크다.

대구시도 조해녕 시장이 적극적으로 전용야구장 건립문제를 언급한 이후 삼성이 난색을 표명하자 잠잠한 상태다. 노병정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전용야구장 건립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대통령 선거 등 정치권의 변화도 예상돼 당분간 관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여년을 끌어온 전용야구장 건립=전용야구장 건립은 90년대초 삼성이 의사를 표명한 이후 10여년을 끌어오고 있다. 90년대초 삼성은 대구시가 부지를 제공해 줄 경우 전용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대구시는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우는 등 소극적 자세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게다가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 금지 규정에 따라 비업무용 부동산에 해당하는 전용야구장 건립이 벽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96년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비업무용 부동산 규제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당시 문화체육부에 건의, 법령이 개정되기도 했으나 97년 말 IMF 사태 이후 재벌그룹 계열사 간 상호 출자, 지급보증 금지 규정이 내려져 전용야구장 건립은 더욱 어렵게 됐었다.대구시가 이러고 있는 사이 95년 인천시는 기존 야구장이 낙후하다는 점을 들어 국고 지원을 이끌어낸 후 500여억원을 들여 전용야구장 건설에 착수, 올시즌부터 개장했다.

△전용야구장 건립, 국고 지원 필요=답보 상태에 놓인 대구 전용야구장 건립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을 전망이다. KBO가 문화관광부에 대구, 광주, 대전 등 야구장이 열악한 도시의 전용구장 건설 지원을 위해 국고 지원 등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치권이 재편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구시와 삼성, KBO가 나서는 것은 물론 정부, 국회의 예산 지원, 제도 변화 등이 있어야 가시화될 수 있다. 국고 지원과 함께 재벌 그룹의 상호 출자, 지급 보증 조치의 부분적인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재벌 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인 만큼 논란이 빚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삼성 김재하 단장은 "전용야구장 건립 문제는 대구시와 삼성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떠나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여야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