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후보등록과 함께 시작된 22일간의 16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18일 자정 막을 내린다.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노당 권영길 후보 등 7명의 대선주자들이 사활을 건 대권레이스를 펼쳤지만 무소속 장세동 후보가 막판 사퇴, 6명의 후보가 3천5백만 유권자들의 심판을 겸허하게 기다리고 있다.
후보등록 직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간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서 31년만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노 후보간의 양강대결구도로 시작된 이번 대선은 한마디로 역대선거에 비해 깨끗하고 차분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양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과거 어느때보다 혼탁하지않고 페어플레이를 펼쳤던 선거"였다고 자평하고 "폭로와 비방이 줄었고 돈선거양상은 아예 엄두도 내지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승패를 떠나 국민에게 업그레이드된 정치문화를 선보인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중동원
이번 대선은 과거 선거와는 양상이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조직선거와 돈선거가 사라졌다. 대규모 군중집회가 사라지면서 조직을 동원하는 사례가 눈에띄게 줄었고 그에 따라 조직적으로 돈을 살포하는 사례도 거의 적발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까지만해도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었고 여기에 조직적으로 청중을 동원하는데 엄청난 자금이 들었다.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돈선거의 주범이 사라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많아봐야 수만명, 기껏해야 수천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거리유세가 대부분이었다. 대선후보들은 시장통에서 적게는 수십명을 대상으로 한 거리유세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감정 자극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선거양태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각각 영남과 호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지역구도에 기대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지만 지역구도를 부추기는 선거양태는 제대로 발붙이지 못했다.부산출신인 민주당 노 후보가 부산.경남지역을 집중공략하자 한나라당이 지역구도를 부추기려는 시도를 하긴 했지만 과거 선거에 비해서는 강도가 낮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영남을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이 비영남후보를 내세운 데 대해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이 영남출신 후보를 내세운 대선구도가 이같은 지역대결구도를 완화시킨 일차적 기반인 셈이다.
□정책선거전
선거전 중반이후 노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논란은 수도권과 충청권간의 신지역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책대결의 한 전형이라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인 대사가 대선공약으로 제시되자 각 당은 한 치의 양보없는 정책대결을 펼쳤고 이에 수도권과 충청권의 민심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 문제는 대선막판까지 최대쟁점으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 공동화현상이 빚어지면서 서민경제가 붕괴된다며 중산서민층의 불안심리를 자극했고 민주당은 수도권집중화와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그러나 조세와 주택, 금융 등 경제정책과 대북정책, 교육, 노동, 문화정책 등에 대한 각 후보간 차별화나 정책대결은 제대로 이뤼지지않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북풍 영향
선거전 중반이후 터진 북핵위기와 여중생 미군장갑차 사망사건 이후 조성된 반미기류도 이번 대선의 새로운 양상이다. 과거 선거때마다 터지던 북풍공작 등 정권차원의 '북풍'이 사라진 반면 이번에는 북-미관계가 긴장되면서 한반도의 긴장도 고조됐지만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북풍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선거
미디어 선거가 정착된 것도 이번 대선의 새로운 결실이다. 유력후보간의 세차례 TV토론과 방송연설, 찬조연설, 인터넷 등을 통한 사이버 선거운동 등 각종 매체를 이용한 미디어선거운동이 이번선거에는 큰 위력을발휘했다. 한나라당이 기존의 선거운동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않았던 반면 민주당은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전략을 적극 활용, 톡톡한 재미를 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디어 선거전이 확산되면서 이미지만 전달하는 왜곡된 모습만 보여주는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뒤따른다. 특히 TV토론은 제한된 시간에 기계적으로 진행되면서 후보검증이 제대로 되지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상당부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터넷매체 등에서의 사이버선거양상도 문제다.
중앙선관위의 불법선거운동 단속결과 오프라인에서의 불.탈법 사례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온라인상의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은 극심했던 것으로드러났다.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하지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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