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가 스토커가 됐다구?".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에겐 고정된 이미지가 '있었다'. 따뜻한 부성애를 가진 아버지(미세스 다웃 파이어), 인간이 되고 싶은 기계인간(바이센테니얼 맨), 동심을 간직한 어른(후크, 토이즈)…. 가정적이고 온화한, 지구라는 별에서 홀로 순수함을 간직한 듯한 휴머니스트였다.
그런 그가 영화 '인썸니아'에서 살인마로 분하더니 이제는 모두가 혐오해마지 않는 스토커로서 끔찍한 집착과 종말을 보여준다.
쇼핑몰 사진 현상소 직원 '싸이'. 여자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으며 수년간 휴가 한번 다녀온 적이 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지난 10년간 유일한 행복은 가게 단골 니나의 가족사진을 몰래 현상해 갖는 것이다. 그의 집 벽의 한 면은 온통 니나 가족의 사진으로 도배해 놓았다.
사진속에 자신의 모습을 끼워넣고 가족의 일원이라는 망상을 하며 자신이 현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감을 즐기는 싸이. 그는 우연을 가장해 니나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아들 제이콥에게 장난감을 선물하는 등 끊임없이 이들 가족의 주변을 맴돌지만 니나 가족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어느날 싸이는 니나의 남편 윌의 외도장면이 들어있는 사진을 목격하고, 분노에 휩싸인다. 그는 자신의 '상상의 가정'을 부숴버린 윌을 용서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수백장의 사진을 더 뽑아온 것이 적발돼 해고까지 당하자 그는 폭발하고 만다.싸이에게 진정한 가족은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가 현실의 가정을 욕심냈을 때 종말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보여주는 늙은 사진사의 집착은 한 스토커의 광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 있다. 미소짓고 있지만 불안 고독 슬픔이 배어있는 표정은 로빈 윌리엄스만이 발산할 수 있는 연기라고 할 만하다. 영화 속 싸이의 독백, '사진을 찍은 것 뿐인데'. 스토커에게 동정마저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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