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 8일 내린 폭설이 아직 그대로다. 대관령은 지금도 눈으로 뒤덮인 설국(雪國). 현지 주민들에게는 눈이 지긋지긋하겠지만 눈이 귀한 남쪽 사람들에겐 별천지다.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가는 길까지 시원해졌겠다 망설일 필요가 뭐 있을까. 대관령으로 제대로 된 눈 구경 한번 떠나보자.
중앙고속도로는 한산하다. 휴일에도 시원하게 빠진다. 자꾸 속도가 빨라져 걱정될 정도. 만종분기점까지는 2시간40~50분 거리. 이곳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더 가야한다. 그래도 대구서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대관령 눈 구경 1번지는 단연 목장이다. 새싹이 돋아 파릇파릇한 봄날의 목장도 잊을 수 없는 볼거리지만 겨울의 눈 덮인 목장은 더 장관이다. 광활한 넓이의 언덕을 모두 덮은 하얀 세상은 세상사를 모두 잊게 만들만큼 강렬하다.
삼양 대관령목장(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의 겨울은 일망무제로 탁 트인 설원을 이룬다. 오대산 동쪽 경계를 이루는 소황병산(1천430m)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600만평의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높은 곳에서부터 데굴데굴 눈밭을 구르고 싶은 욕망을 애써 참아야한다. 목장 안 17㎞의 순환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일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으나 쌓인 눈 때문에 지금은 불가능하다.
드라마 가을동화에 나오는 은서와 준서의 밀월여행지를 지나면 설원 위에 서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만난다. 각각 은서와 준서의 나무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광주에서 올라온 연인 한 쌍이 눈싸움에 한창이다. 일부러 자빠지고 엎어지고…. 하긴 이곳에선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다들 눈 장난을 하고 뒹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삼양목장은 20일부터 자체적으로 눈꽃축제를 연다. 비닐썰매장을 조성하고 설피체험 등 대규모 눈놀이장도 조성할 계획이다. 목장은 구제역 파동이후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였다가 올 8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입장료는 4천500원. 조용한 겨울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별장과 목장 민박을 갖춰 운영하고 있다. 033)336-0885.
옛 대관령휴게소 부근의 양떼목장도 일반인들을 위한 견학코스를 두고 있다. 민박을 갖추고 목장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양 숯불구이도 맛볼 수 있다. 특히 내년 양띠해를 맞아 찾는 양떼목장은 남다른 의미를 둘 수도 있는 곳이다.
대관령 눈꽃 트레킹도 매력 있다. 대관령에서 북쪽으로 4.5㎞ 떨어진 선자령(1천157m)은 겨울 산으로서는 다른 곳에 빠지지 않는 명산이다. 사람의 혼을 빼놓는 바람과 눈 때문이다. 해발 800m의 대관령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해 기상관측소~대관사~선자령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구릉지를 두시간 정도 걸으며 겨울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 바람 맛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선자령을 오른다. 하산길 비료포대 눈썰매 타는 맛도 쏠쏠하다. 대구등산연구회(053-255-2920)에서 29일 당일 선자령과 곤신봉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인근 곳곳의 황태덕장은 아직 비어있다. 용평스키장 입구 횡계리 덕장 일부에만 눈을 뒤집어 쓴 명태가 줄줄이 매달려있을 뿐. 이곳에서는 황태가 겨울의 맛이다. 찜, 구이, 국 등 다양한 황태음식점이 여러군데 있다. 오삼(오징어와 삼겹살)불고기도 빼놓을 수 없는 횡계의 맛이다. 돌아오는 길에 횡계리에 있는 평창군농특산물 판매장(033-336-5042)에 들를 만하다. 이곳 황태덕장에서 나온 황태와 말린 양미리, 메밀가루 등이 사올 만한 특산품들이다.
◇야호! 열차타고 눈꽃축제 간다=아무래도 겨울철 운전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대구에서 출발하는 눈꽃축제 열차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대구에서 열차로 갈수 있는 눈꽃축제장은 대관령과 태백산 두 곳.
제11회 대관령눈꽃축제는 2003년 1월11일부터 19일까지 평창군 도암면 용평돔경기장(횡계마을과 용평리조트 사이 도로변) 일원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옛날스키인 전통썰매와 눈썰매장, 눈위에서 즐기는 썰매놀이인 소발구와 인발구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삼성여행사(053-431-3000)에서 정동진 일출을 감상하고 대관령눈꽃축제장을 들르는 무박2일 눈꽃열차를 운행한다. 12일 밤 출발(13일 밤 도착), 15일 밤 출발(16일 밤 도착). 삼성여행사는 또 2003년 1월6일부터 27일까지 매일 태백산눈꽃열차도 운행한다. 평일 오전 7시58분 출발. 새벽 5시40분 출발하는 토, 일요일엔 태백산 산행도 가능하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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