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단일화'결국은 꿈이었다

아닌 밤중에 이 무슨 홍두깨인가. 통합21 정몽준 대표의 느닷없는 '노무현 지지철회' 선언은 투표전야의 뜨거운 선거판을 일거에 냉탕으로 바꿔버렸다. 이번 대선 최대의 '빅 이벤트'였던 노-정 단일화는 말그대로 거품이었던 것인가. 신혼여행가서 깨어지고 돌아온다더니, 오늘 아침 최진실-조성민 커플의 파경설과 두 사람의 결별이 무슨 약속이라도 했단 말인가.

이 사태가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의 정치적 경박성때문임에 이의를 달 유권자들은 별로 없을듯하다. '국정의 동반자'라는 여섯 글자는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어젯밤 서울 명동 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며 북한과 미국을 같은 선상에 놓은듯한 노 후보의 발언이 발단이었다고 하나 우리는 그것을 액면 그대로 믿고싶지 않다.

근본적으로 두 사람간의 불신을 이유로 보는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21이 근 스무날동안 지루한 정책조율 작업을 벌인 것도 기실 공동정부 '파트너'로서의 불신의 거리 좁히기였으나 양측은 그 불신을 완벽하게 꿰매지 못했다. 결국 대북문제·재벌개혁 등 정책공조에 대한 회의감이 누적돼온 판국에 종로유세에서 노 후보가 '정몽준 차차기 대권 속도위반론'으로 정 대표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불씨'가 됐다고 풀이해보는 것이다.

마주치지 않는 손바닥엔 소리가 없다. 노 후보는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 지난 인천유세때도 '돈되는 것은 서울에...' 발언으로 애를 먹더니 결국엔 말이 씨가 되는 소리를 해버린 것이다. '상대'가 있는 표현은 더더욱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당연히 정 대표도 국민앞에 한 약속을 말한마디에 던져버리는 경박한 처신이라면 차차기 대통령의 꿈은 아예 접는 것이 낫다.

우리는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부정한다. 누구든 대선후보의 아픔은 곧 국민의 아픔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단일화의 꿈을 접게된 유권자들의 아픔은 클 것이다. 오늘 저녁 '국민 각자의 현명한 판단'을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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