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후보에 표 던졌다"

16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과거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소신투표' 성향을 보였다. 맹목적인 지역정서에 얽매이는 낡은 투표 행태는 많이 사라졌다. 대신 '개혁' '안정' '경제회생' 등 후보의 정치적 색깔이나 공약을 보고 표를 던지는 한단계 성숙된 두표의식이 돋보였다.

◇'경제 회생'을 강조한 투표자 = 신암5동 제3투표소(신암여중)에서 투표한 40대 초반의 여성은 "내년에는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경제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인물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박모(45.대구 삼덕동)씨는 "서민경제에 도움될 수 있는 후보를 택했다"며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회복을 이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모(42.여.대구 동인동)씨도 "지역의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했다.

월성2동 제3투표소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대기업 회사원은 "경제회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만큼 후보들이 내세운 경제공약 중 실천가능한 공약을 주장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수성구 박모(34.여)씨는 "경제와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했고, 시장에서 장사한다는 박모(43.대구 평리동)씨 부부는 "높으신 분들은 IMF사태가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서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때보다 더 힘들다"며 "서민경제를 되살리는데 적합한 후보에게 한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박기동(54.대구 비산동)씨는 "중소기업 사정이 갈수록 악화돼 제2의 IMF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관흠(43·자영업·달성군 화원읍)씨는 "경제가 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서민경제를 안정시키고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개혁'을 바란 사람들 = 대구 북구에 사는 20대 남자 및 30대 여자 유권자는 "부정부패 일소와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낡은 정치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변화를기대하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모(29.여.대구 도동)씨는 "정치 변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봉덕1동 제2투표소(농협 봉덕지점)에서 만난 김준근(21.대학생) 이지은(27.여.회사원)씨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 정치를 열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고 했다.진천동 제6투표소 이영래(29.대학생)씨는 "지금까지 구태의연한 정치인들 때문에 나라가 발전하지 못했다"며 "정치개혁을 이끌어 갈 인물을 골랐다"고 했다.

대학생 이지훈(26.대구 평리동)씨는 "21세기에는 새정치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전자정부 시대에 발맞출 수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고,여대생 김수미(22.달성군 가창면)씨는 "정치권이 썩었기 때문에 정치개혁을 가장 잘 할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농민 이종만(56.달성군 현풍면)씨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죽어가는 농촌을 살릴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안정'을 선택한 유권자들 = 김인기(67.대구 신암동) 이춘자(62)씨 부부는 "국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경륜 있고 국정수행 능력 뛰어난 후보를 선택했다"고 했다. 대구 북구 백용흠(46)씨는 "경륜 있는 후보가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적 안정 위에서만 경제도 성장할 수 있는만큼 신뢰를 쌓은 인물이 경제회생의 적임자라고 보고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유권자 최재현(54)씨는 "일단은 지역민들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후보가 우선"이라며 "대구.경북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진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봉덕1동 제1투표소(봉덕1동사무소)에서 투표한 김춘근(60) 정정임(58.여)씨는 "국가를 안정시키고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는 경륜있는 인물에 표를 던졌다"고 했고, 박모(67.대구 동인동)씨는 "안정을 바탕으로 국가의 번영을 꾀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며 "남북통일도 국가 안정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대구 진천동 제6투표소에서 만난 정낙갑(55.공무원.대곡동) 김명숙(54)씨 부부는 "사회가 점점 불안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에 한표를 행사했다"고 했다.

수성구 김모(48.여)씨는 "국가 안보를 대통령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청기(62.대구 내당동)씨는 "지금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이 가장 절실하다"며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회1부

◈ 정치개혁을 선택한 유권자들

"다른 것은 양보하더라도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치만이라도 발전해야 합니다". 19일 오전 투표소에 나온 많은 시.도민들은 부패와 비효율로 얼룩져 온 정치 개혁을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경제는 큰 폭으로 발전해 왔지만 정치가 시민보다는 패거리 이익에 더 매달림으로써 경제는 물론 사회 발전의발목까지 잡아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

이세동(34.자영업.대구 신암동)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3김시대가 막을 내린 것 같지만 그 시대가 낳은 지역주의는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구시대 정치의 악습을 정리하고 깨끗한 정치로 국민화합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미(34·주부·달성 화원읍 명곡리)씨는 "후보들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가지지만 부정부패가 사라졌으면 하는 기준으로 투표했다"고 했고, 회사원이건한(31.대구 성당동)씨는 "매번 당선 전에 했던 말을 바꾸며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왔던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대통령들때문에 국가 발전이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참다운인물을 당선시켜 정치개혁을 이룩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대학생 최종일(28.대구 도원동)씨는 "정치 전면 개혁은 젊은층들에게 이미 확산된 요구"라며 "미래를 위해서 새인물 새정치는 반드시 필요해 투표하러 나왔다"고 했다. 20대 여성 이지은(대구 봉덕1동)씨는 "바른 말 하는 사람,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는 후보를 지지키로 했다"며 "이런 후보만이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개혁의 대업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의사 유지철(32.대구 평리동)씨는 "새 대통령은 우리 정치에 깊이 뿌리내린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국을 안정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빈은선(39.여)씨는 "이제 철새 정치인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며 "정치인 개인의 사욕과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민과 민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관 정주호(42)씨는 "정치가 마지막 개혁 대상"이라며 "제16대 대통령은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유혹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자금 문화를 만든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조윤식(31.대구 북구)씨는 "뒤떨어진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나라에 미래가 없다"며 "현재의 정치로는 안된다는 것이 젊은층의 생각이고 이를 기준으로 기표했다"고 말했다.

보수층으로 인식돼 온 40, 50대 가운데서도 기존 정치질서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손미희(42.여.대구 북구)씨는 "툭하면 말 바꾸고 배신하는 한국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에게 투표했다"며 "정치개혁 없이는 지역감정 해소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관영(45.봉덕3동)씨는 "경제가 안정되면 나라가 안정되고 그것이 곧 바로 정치개혁으로 이어진다"며 "그런 지도자를 뽑지 않는다면 어떤 개혁도 개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순남(44·회사원·달성 화원읍 구라리)씨는 "누가 당선되든 3김정치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투표장에 나왔다"고 했다. 문선주(51.여.대구 북구)씨는 "정치만 고치면 경제.사회 발전이 뒤따를 것"이라며 "자격있는 사람이 정치개혁에 나설 것으로 믿고 이런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이번 대선은 21세기 한국사회의 진로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이제 우리 시민들의 의식이 매우 높아져 부패추방과 정치개혁, 지역주의 타파를 이룰 수 있는 후보를 뽑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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