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보들 마지막유세 '현장'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투표를 하루앞둔 18일, 인천과 시흥 서울 등 수도권 20곳에서 릴레이 유세전을 펼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사력을 다했다. 당초엔 밤 10시쯤 영등포 지역을 끝으로 유세를 마감키로 했으나 일정을 추가, 선거운동 허용시한인 자정때까지 동대문의 대형 의류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을 겨냥, 소장파 의원등으로 구성된 새물결 유세단과 '창사랑'회원, 당원들까지 대거 합세, "이회창" "대통령"을 연호하는 등 유세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세장의 메시지는 '부패정권 심판론'과 '안정론' 등이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며 "이를 하지 못하면 부패에 면죄부를 주게 되고 그 주역들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된다"고 역설했다. 북핵사태와 관련해선 "북한이 핵폭탄을 개발하는 데 겁이 나 눈치만 보고 현금지원을 주장하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면 이 나라에는 재앙과 전쟁만 있을 뿐"이라며 "노무현 후보는 평화론자가 아니라 전쟁론자"라고 공격했다.

또한 "서울이 대전으로 가면 상권과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푼푼이 모아 집을 마련했거나 점포를 얻어 생활하는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등 행정수도 충청이전론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한 뒤 "노 후보는 얄팍한 얘기로 서울시민과 충청인들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했다.이 후보 부인 한인옥 여사도 이날 부산과 논산 보령 안양 등을 거쳐 서울명동에서 이 후보와 합류, 유세전을 펼쳤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8일 서울 등 수도권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서울 명동과 종로에서는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 공동유세를 하면서 '노-정연대'를과시하기도 했으나 정 대표가 이날 밤 지지철회 입장을 밝히면서 공동유세는 빛이 바랬다.

노 후보는 이날 김해공항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대국민 호소를 한 데 이어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강서구 화곡동을 시작으로 서울지역 14곳을 순회하는 릴레이 유세에 나섰다. 노 후보는 양천구 거리유세에서는 후단협회장을 맡아 자신을 흔들었던 김영배 의원을 만나 "내가 국회의원 처음 시작할 때 첫 상임위(노동위) 위원장이 김 의원이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노 후보는 용산유세에서 노 후보는 "서울과 주변 인근 지역에 쓸만한 땅이 한 평도 남아있지 않다"면서 "이전비용이 10조원 정도 든다는데, 용산미군기지라도 비워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민감한 미군기지 이전문제까지 언급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북한과 미국간에 핵문제를 둘러싼 다툼과 그로인한 전쟁의 불안과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명동유세에서는 "지금 6월항쟁의 주역들이 다시 제2의 6월항쟁을 하고 있다"며 거리를 가득 메운 청중들을 추켜세우면서 "여러분들이 1백표씩을 더 모아달라"며 압승을 자신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날 밤 마지막으로 예정됐던 남대문시장을 방문하지 못했다. 정 대표의 지지철회 소식을 접하고는 곧바로 당사로 돌아와 대책을 논의하고 정 대표를 만나러 갔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 TV 마지막 찬조연설

찬조연설은 대선기간 내내 후보자 연설보다 더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촉매재 역을 톡톡히 했다. 그런 만큼 마지막 찬조연설자 선정을 두고 각 당은 첩보전을방불케하는 연막전으로 대미 장식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

신선함면에서 민주당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를 의식 한 듯, 한나라당의 마지막 찬조연설자는 정치와는 무관한 개그맨 심현섭씨와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 이었다. 심 씨는 주로 이 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했다.

그는 "이 후보는 속마음을 그대로 표출하는 스타일로 포장하거나 꾸미지 않는 게 특징"이라며 "부끄러움을 잘타서 얼굴이 자주 홍조되는 이 후보가 얻은 별명은 만화 주인공 피카츄"라며 "이같이 정치인 같지 않은 면모를 갖춘 분이라면 우리시대 낡은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씨는 이어 전직 장관이었던 자신의 부친이 지난 아웅산 폭파사건으로 사망한 것을 회상하며 개인의 불행을 이야기하려는 아니라면서도 "북한의 전쟁위협에 대해서는 절대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심 전 고검장은 "이 나라가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태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구국을 위한 개인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심 전 고검장은 이어 "최근 인기드라마인 '야인시대'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낭만적 건달들의 의리 때문이지만 현 정권의 'DJ 조폭일당'들은 낭만도 의식도 없는 '깡패집단'에 불과하다"고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밝혔다.

□민주당

민주당의 11번째 마지막 TV 방송찬조연설자는 추미애 의원에게 돌아갔다. 추 의원은 18일 오후 MBC에 출연, "선거가 끝나도 부산.대구.광주.대전.서울에서도 대한민국 만세를 부를 수 있는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면서 "과반수를 훨씬넘는 국민의 대통령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전국에 걸쳐 120만개의 희망돼지를 분양받아 '돼지엄마'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겨울이 남보다 더 추운 분들에겐 힘든 계절이나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았다는 시도 있다"며 서민의 겨울나기를 걱정하며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추 의원은 연설 상당시간을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할애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양쪽 다 지금보다 더 잘살게 된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는 수도권이 텅비고 집값이 폭락한다면서 큰일이라고 한다"며 "수도권 과밀화 현상에 대한 대안은 아무것도 내놓지도 않고 당장에 무슨 난리가 나는 것처럼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 군소후보 4인

대선을 하루앞둔 18일 군소 후보들도 마지막 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재래시장과 건설현장, 도심상가, 대학로를 찾아 지친 목소리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했다.이들은 저마다 "미래의 종잣돈(권영길)" "국민통합(이한동)" "평등세상(김영규)" "서민 고통분담(김길수)"을 외치면서 자신의 경륜을 부각시키려 애를 썼다.

0...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18일 서울 도곡동 파워팰리스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로, 경동시장, 광화문 등 10여곳을찾아 유세하며 "민노당은 한국정치를 파탄시킨 보수정당들을 심판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회창 후보는 지금부터 5년전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노무현 후보는 앞으로 5년 더 이렇게 살자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늘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제 몫을 찾지 못했던 노동자.농민.서민들께서는 권영길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권 후보는 19일 지역구인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 19일 오전 6시30분쯤 부인 강지연씨와 함께 투표를 마쳤다. 그는 정몽준 통합21 대표의 공조파기 선언과 관련, "이른바 정몽준 미스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0...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는 이날 발표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특권의식과 독선이 지배하는 세력이나 불안하고 미숙한 세력에게 나라를 맡기는 것보다 지역과 계층을 화합시킬 수 있는 국민통합의 리더십만이 '국가를 안정되게,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량진역, 명동, 신촌 등지를 찾아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자신의 상품성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이 후보는 "왜곡된 한국정치 문화와 지역간 파벌 및 연고주의에 빠진 정당의 한계를 절감했다"며 "저에게 던진 표는지역대결 구도를 종식시키고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0...사회당 김영규 후보도 서울역 등지에서 거리유세를 갖고 빈부격차 해소와 차별철폐를 선언했다. 그는 또 별도의 '평등선언문'을 통해 "소수에게 거대한 재산이집중되는 구조적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20억원 이상의 상속.증여 금지 △연이율 20%이상의 고리사채 금지 등을 제안했다.

0...승려인 호국당 김길수 후보는 전남지역 어느 사찰에서 나흘 째 정진 기도를 한 뒤 19일 오전 상경, 투표권을 행사했다. 김 후보는 "당락여부를 떠나 백성의아픔을 만천하에 알리고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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