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도 매미는 노래한다. 이런 매미소리가 있어 빗줄기에 춤추는 나무들의 몸짓이 더욱 싱그럽게 보이고, 여름을 여름답게 한다. 이런 매미소리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처졌던 교사들의 어깨를 추슬러 준다.
한 때 경제 논리로 학교와 교사들은 몸살을 앓았고, 그 중병은 완치된 사항이 아니라 진행중이다. 이런 현실에서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가고 있고, 학교가 무너지면 미래도 무너진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에서 제외된 학교가 많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학교 학부모 한 분이 땅을 돋워 백년생 소나무 7그루를 심고 자연석 축대를 쌓아 소나무동산을 만들어 주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어디서나 한 빛깔 한 모습의 소나무 기상이 어린이 정서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끝까지 이름을 알리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며 거부했다. 이웃집에 아이가 굶어도 외면하면서, 매스컴에 이름 올리는 기쁨으로 큰돈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세상에 소나무동산 이야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특히 우리학교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생활보호 대상자가 많다. 이들을 돕기 위해 우리 학교에서는 연말이면 쌀 한줌 모으기 운동을 펼친다. 그런데 쌀을 한 포대씩 내는 학부모들이 수십 명이나 된다. 학교 행사에도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인정신으로 자리가 비좁다.
그래서 부자들이 많은 큰 학교보다 학생은 적지만 더 많은 학교 발전기금과 성금이 모아진다. 올 수해의연금은 693만5천740원으로 여건과 수에 비해 대구시에서 최고의 참여율이라고 자부한다. 이는 바로 비오는 날에 들려오는 매미소리처럼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교사들이 만들어내는 믿음에서 비롯된지도 모른다. 선생님들은 밤늦게까지 교실마다 불을 밝힌다. 그 불빛을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며 학부모님들은 감사와 은혜의 마음을 키운다. 그런 마음들은 믿음으로 거듭나 대화가 오가기에 오해나 앙금이 생길 수 없다. 그래서인지 요 몇 년간 우리 학교에서는 한 건의 민원도 없었다.
이런 믿음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교사들의 위상을 정립시켜 주었다. 이와 함께 학교에 대한 불신과 흔들림에서도 우리는 제외라는 긍지와 함께 자랑스런 스승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마치 7일의 소리를 위해 7년 동안 땅 속에서 소리를 다듬어온 매미처럼 교사들은 오늘도 불신으로 흔들리는 학교사회를 지키기 위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상삼(범물초등학교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