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우승 샴페인에 취할라…

지난 11일 열린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난해 우승팀 두산 선수들은 단 한명도 상을 받지 못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안경현, 홍성흔, 심재학, 정수근 등 4명이 골든 글러브를 차지, 경사가 겹쳤었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은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면서 골든 글러브 수상자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전문가들이 두산에 대해 우려하던 '우승 후유증'이 현실화된 것이다.21년의 프로야구 역사에서 우승 후유증은 다반사로 나타났다.

82년 우승팀 OB가 83년 5위에 그친 것을 비롯, 83년 우승팀 해태가 84년 5위, 90년 우승팀 LG는 91년 6위, 92년 우승팀 롯데는 93년 6위, 93년 우승팀 해태는 94년 4위, 95년 우승팀 OB는 96년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또 97년 우승팀 해태는 98년 5위, 98년 우승팀 현대는 99년 5위, 99년 우승팀 한화는 2000년 7위에 머물렀다.

84년 우승팀 롯데와 85년 우승팀 삼성이 다음해 2위를 차지했고 86~89년 96, 97년 우승팀 해태, 2000년 우승팀 현대가 다음해 3위에 오른 경우 등이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같은 사례에서 보듯 올 시즌 우승팀 삼성이 내년 시즌 '우승 후유증'을 얼마나 극복하고 연속 우승에 도전할지, 아니면 좋은 성적을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승 후유증'은 우승팀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지는 문제도 있지만 훈련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체력훈련이 부족할 경우 다음해 시즌을 소화하기 힘든 데다 부상을 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해마다 우승팀의 중심선수들은 언론의 등쌀에 시달리면서 12월 중순까지 훈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은 11월10일 한국시리즈가 끝나는 등 시즌이 길어진 탓도 있지만 삼성을 제외한 다른 팀 선수들은 약간의 휴식을 거친 뒤 마무리훈련을 가졌다. 삼성도 마무리 훈련에 돌입, 오는 26일까지 마칠 예정이지만 1.5군과 2군 선수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1군 선수들도 자율적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중심 선수들은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승엽과 마해영의 경우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날까지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훈련할 짬이 없었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 역시 올 시즌 김동주, 정수근 등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예년보다 성적이 저조, 팀의 부진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4월초 개막, 6개월의 대장정을 갖는 프로야구는 팀당 133경기를 소화, 시즌이 끝날때쯤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게 돼 다음 시즌 개막때까지 체력훈련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다음 시즌의 성적과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1월 중순 시작되는 해외전지훈련이 팀 전술 및 기량 연마로 이뤄지는데 이를 대비해 미리 체력을 다져놓아야 하는 것이다.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최대 2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나 국내 프로야구 우승팀들의 경우 이같은 준비기간을 갖기가 힘든 실정이다.

연간 팀당 163경기를 소화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팀들은 시즌 종료후 한달간의 휴식을 가진 뒤 11월 중순부터 자율적인 체력훈련에 들어가나 국내 우승팀 선수들은 소화하는 경기 수가 적다는 차이점이 있음에도 준비기간이 부족한 형편이다. 트레이너들이 개인별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내주는 미국과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이같은 체계적 관리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 2연패와 4연패를 달성한 점에서 알 수 있듯 이같은 점을 인식, 마무리 훈련에서 선수들의 정신력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강도를 유지하면서 다그치고 있다.

우승 노하우가 풍부한 김 감독이 삼성 선수들을 얼마나 잘 관리해 강한 전력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 주목된다. 체력훈련 준비기간이 짧을 경우 스프링캠프때 강도높은 훈련을 하다가 부상선수가 생길 수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의 전 트레이너였던 남종철씨는 "21년만에 우승한 삼성의 중심선수들이 많은 축하행사와 언론 인터뷰 등으로 바빠 체력을 다질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지 우려된다"며 "체력을 잘 끌어올려 우승 후유증을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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