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대통령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민주당의 노무현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박빙의 표차로 석패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도 위로의 인사를 드린다.
아울러 국리민복을 위해 각자 참신한 정책을 들고 선전해 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포함한 4명의 후보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이번 대선은 후보와 유권자 모두를 마음 졸이게 한 사건과 변수들이 유난히도 많은 선거였다. 투표일 한시간 반 전에도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다.
꼬박 밤을 새운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개표가 끝날 때까지 과연 누가 당선될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박빙의 접전이기도 했다.
그만큼 당선자와 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의 감격은 남다를 것이며, 낙선자와 낙선자를 지지해 온 유권자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상실감에 빠져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온 국민의 진정한 승리로
국민은 당선자가 낙선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낙선자가 당선자에게 축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당선자와 낙선자를 지지해 온 국민들도 마땅히 서로를 축하하고 또 격려하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온 국민이 진정으로 승리하는 길인 것이다.
돌아보면 이번 대선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큰 획을 그은 매우 뜻깊은 선거였다. 먼저 지난 30년 넘게 한국 정치를 장악해 온 3김이 명실상부하게 현실 정치권에서 퇴장하는 계기였다.
국민경선참여제를 통한 당내 후보선출도 한국 정치사에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운동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돈선거와 관권선거가 크게 퇴조했고, 대규모 동원 유세와 소모적인 색깔론도 과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위력을 잃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도 크게 줄었다. 그 대신 정책 경쟁과 미디어선거가 빠르게 정착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적으로 성숙한 유권자 의식이 가져온 개가였다. 그런 점에서 성숙한 국민이 이번 대선의 진정한 승리자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모범적으로 치러낸 우리 앞에는 중차대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첫째는 국민통합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간·계층간 대결 구도가 온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세대간 갈등 구도 역시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하는 숙제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던져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선거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 수습 역시 일차적으로 당선자의 몫이다. 당선자는 낙선자와 그 지지자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의 정치도 공멸의 전쟁이 아닌 상생의 경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당선자는 낙선 후보들을 정적이 아닌 나라의 내일을 위해 머리 맞대고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생각하고, 낙선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포용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노무현후보가 가장 걱정을 샀던 대목이 제한된 인재 풀이었던 만큼, 정파와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있는 인재를 고루 등용해야 할 것이다.
◈지혜로운 北核대처
다음으로 대통령 당선자는 위급해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미국의 대결주의 자세와 북한 핵 문제로 촉발된 한반도 불안 정세를 평화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두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야기된 한미간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면서, 국민적 자존심도 세우는 어려운 숙제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의 여망을 정확히 읽어, 그동안 지체되어 온 정치개혁과 국가 패러다임의 혁신도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략 차원에서 접근되어서는 안된다. 21세기 국가 생존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국가 과제인 만큼, 정파를 초월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방에도 稅源과 人材를
국가혁신과 관련해 하나 더 강조할 것은 '중앙집권-수도권집중'의 낡은 틀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라의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수도권과 지방이 권한과 세원과 인재를 고루 나눠 갖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지방분권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실천해 주길 기대한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번 대선에서도 노무현 당선자가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그 뜻을 겸허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당선자를 선택하지 않은 50%가 넘는 국민도 당연히 대통령이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 나라 국민인 것이다. 늘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읽어 가면서도 국민적 여망과 국가적 개혁 과제는 과감하게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통령의 역사가 늘 비극의 역사였던 국민적 불행을 마감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윤덕홍 대구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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