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무현시대-지역경제계의 바람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 경제. 그래서 대구.경북 사람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를 목매어 갈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제 노무현 새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했다. 성장과 분배,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지역민들의 새 대통령 당선자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욱 크다. 더 이상 지방의 고사를 희생으로 한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은 지양돼야 한다.

국민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꿈도 심어주지 못하는 정치적인 논쟁은 싫다. '억'에서 '조'단위로 커져만 가는 '부패 스캔들'은 더더욱 싫다. IMF 이후 더 심화된 빈부간의 격차, 국적조차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품들이 한국으로 한국으로 밀려들지만 정작 국민의 절대다수 서민들이 원하는 바람은 소박하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과 따뜻한 한끼 밥 그리고 카드빚 없이 조금씩 내일을 설계해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이 중앙으로만 몰려가는 세태. 다락같이 올라버린 집값에 늘어만 가는 가구(家口)당 빚과 흔들리는 신용사회. 노무현 새 대통령 당선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너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그야말로 이제는 경제이다. 이회창 후보에 비해 덜 '친(親)기업적'이어서 기업인들의 우려도 적지 않은 가운데 지역 경제인들은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김극년 대구은행장=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특히 지역경제는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경제 정책에서도 대형화 및 규모의 논리만 부각되면서 지역에 맞는 특수성과 차별성은 도외시되어 왔다.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은 다른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는 지방 소재 금융회사들이 지역밀착형 특화 경영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제몫을 다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 지역 발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각종 경제정책을 펼쳐 주기를 희망한다.

▨이인중 (주)화성산업 회장=새 대통령 당선자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IMF 경제위기 이후 대구지역의 매출순위 상위 10대기업 중 8개 기업이 파산했거나 법정관리 혹은 워크아웃 중이다. 제조업은 물론 유통·건설 등 서비스산업도 서울 또는 외국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하청경제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새 당선자는 열악한 지방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은 물론 지역간 또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갈등을 줄여나가길 바란다.

▨이종현 경북대 교수(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의회장)=영남권 중심도시 대구는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 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낸 인재의 '보고'다. 그러나 인재들이 떠나버리기만 할뿐 되돌아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지 못해 침체에 빠져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나라의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면서 이들이 지역발전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통한 첨단기업들이 대구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은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국이 '경영대국'으로 도약, 아시아의 리더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윤회주 한라주택 회장=지방 중소기업을 운영하다보니 서울 업체들이 잠식하고 지역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역 중소기업이 많이 살아야 고용 창출 등 지역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다.

주택 사업이 현장 위주 사업이 되다 보니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이같은 민원은 비단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상당수다. 상식에서 벗어난 민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고 준법 정신이 강화되었으면 한다.

▨이희태 대구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침체된 대구지역의 경제부흥을 위해 대체산업 육성의 밑거름이 되는 'e-밸리' 조성과 함께 대구공항에 국제선을 확충하는 등 산업 인프라구축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함께 대구지역 경제의 기반인 섬유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 예산반영과 체계적인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

산업체 육성과 경제발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노사가 '윈윈'하는 신노사문화 정착과 함께 대구시와 연계, 전국 최고치에 이르고 있는 대구의 실업률을 낮추는 명 처방을 내려줬으면 한다.

▨박노화 대준섬유(주) 대표=지역 경제가 너무 어렵다. IT, BT 등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지역기반이 되는 전통산업쪽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섬유산업 특구 지정'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해달라.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과 함께 중앙에 집중된 재정과 권력, 기관.단체를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해 지역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분권이 제도화로 정착되도록 힘써야 한다.

▨전용석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서민의 심정을 잘 아는 새 대통령 당선자를 환영한다. 낮에 벌어서 밤이면 서울로 돈이 빠져나가는 대형소매점, 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의 공세로 재래시장은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

상인들이 위기감 속에서도 재래시장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유세 때처럼 우리의 상권,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현재 30%에 불과한 국고의 재래시장 활성화자금을 대폭 늘려 주고 특히 서문시장을 지하철 2호선 개설과 함께 역세권으로 개발하고 약령시와 연계해 관광특구로 묶어주면 재래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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