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당선자-공정.분배 우선...개혁성 뚜렷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정.분배지향'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노 당선자와 민주당은 재계를 중심으로 한 노 당선자의 성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며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적잖이 강조했지만 노 당선자의 인생역정과 경험, 그리고 정치입문 이후 소신과 행보를 보면 '시장지향적'이라기 보다는 개혁에 대한 뚜렷한 소신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노 당선자 진영의 경제분야 으뜸 구호는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시장경제'다.이 말만 들어봐도 인권.노동변호사로 정계에 입문한 노 당선자측이 기본적으로'80대 20'(80%의 없는자와 20%의 있는자) 현상을 불가피하게 수용하는 '신자유주의적' 견해와는 거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또 외환위기후 재벌.금융개혁차원에서 도입된 조치들의 현 수준 유지 또는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노 당선자의 경제관은 '시장경제를 우선으로 하되 공정성과 분배를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제관으로 해석된다.

이런 탓에 노 당선자의 경제관은 시민단체와 노동계로부터는 상대적 호응을 얻고 있지만 재계로서는 껄끄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제시했던 정책중 기업정책과 조세정책분야는 노 당선자식 '개혁한국'의 청사진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업정책분야에서 노 당선자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유지 △증권집단소송제 즉각도입 △경제력 집중폐해시 법원결정을 통한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내세우며 재벌의 지배구조개선과 경제력 집중에 대해 개혁 수준을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금융의 자율성보장과 행정규제의 강력한 폐지는 다소 노 당선자의 정책기조를 달가워하지 않을 재계를 달래주는 보장책이자 또 하나의 기득권세력인 '관료체제'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세정책분야에서 노 당선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 문제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소득을 대상으로 완전포괄주의를 적극 도입해 조세정의와 형평성을 제고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과세대상도 현재보다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 진영이 정책공약시 '규제와 기업부담완화'를 통해 연 7%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내세운 점을 보면 노 당선자 역시 어떤 형태로든 우리경제의 파이를 좀 더 키워야한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 타임스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이 노 당선자에 대해 "개혁의 녹색신호등", "과거와의 단절이자 구조개혁의 지속신호" 등으로 표현했던 것을보면, 일단 국제금융계는 개혁지향적 노 당선자에 대해 긍정적 사인을 보내고 있는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경제관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주요한 경제정책의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재계와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은 향후 개혁정책을 밀고 나가는데 상당한 장애물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노 후보의 당선으로 한껏 기대수준을 높인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고 재계 및 보수진영과 입장을 조율하면서 '공정과 분배를 위한 시장개입'이 불필요한 관료적 규제의 재확산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은 노 당선자가 이끌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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