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다. 언어는 생각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언어와 그것을 표기하는문자가 문화·민족을 가르는 잣대가 되며, 다른 민족의 문화와 변별되는 정체성도 바로 그 민족의 언어와 문자 속에 담겨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한글이 갈수록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으로 신세대 사이에 번지고 있는'한글 비틀기'는 위험 수위를 넘어 '암호화'되거나 거의 '외계어' 수준이 돼 버린 경우마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젠 워낙 많은 신세대들이 한글 파괴 현상에 노출돼 있어 학교마저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기성세대들도한글의 오용으로 우리말을 훼손시키기는 거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방송사들이 국적불명의 조어들을 남용하는가 하면, 역시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도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사투리를 다반사로 쓰는 등 우리말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서울대 언어학과 이현복 명예교수가 6만여개의 국어 낱말에 발음·강세·장단을 적어 만든 1천100쪽 규모의 '한국어 표준발음 사전-발음·강세·리듬'을 펴내 괌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의 사전에는 낱말의 바른 발음 정리가 돼 있는 게 없어 1976년 이 편찬 작업에 착수, 25년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단순하고 고된 작업이 이어지면서 중도에 여러번 포기하려 했으나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명감 때문에 5년간의 수정작업까지 할 수 있었다 한다.
▲바른말 사용에 유용하게 쓰일 이 사전에 이어 앞으로는 실제 발음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CD롬 사전과 일반인들이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는 소사전도 편찬해낼 계획이라지만, 기대되는 바 적지 않다. "정치인들이 일부러 사투리를 써서 지역 감정을 유발시키려 한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특히 국민들의 언어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방송인·연예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대목에는 각별히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 정신세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글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계승·유지·발전에 우리의사랑과 관심이 흐려진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화 시대에도 국적 있는 정신문화의 미래를 위해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고 가꾸는일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말의 강세와 장단까지 정확하게 표준어를 쓴다면 선거 때마다조장되는 지역 감정도 없앨 수 있다"는 이 교수의 말도 되새겨 봄직하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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