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지역간, 중앙 지방간 이질성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그 골을 메워 국민 대통합으로 새 미래를 열어가야 합니다". 16대 대선 개표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자 전국민들은 '사상 첫 성공한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기원했다.
◈ 갈등치유, 통합해야
◇전국 동질성 회복 시급 = 회사원 임윤준(34.대구 동천동)씨는 "지역별 성향이 이번에 또 나타났다"며 "이 조그한 나라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이질적으로 살아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임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시급히 동질화 정책을 마련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군위 박병규(44)씨는 "김대중 정권 출범 후 영남지역이 소외됐었다"며, 예산.인사 정책을 바로 잡아 영남 민심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민주당 군위.의성 지구당 윤정균(43)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끝으로 지역 감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 주민은 "지역감정을 없애려면 소외된 영남 출신 인사들을 많이 발탁해야 한다"라고 했다. 임대윤 동구청장(45)은 "우리사회의 갈등구조 타파책은 편중된 인사문제 해결로 귀결된다"며 "노 당선자는 지연.학연.혈연 같은 병폐적인연고주의에서 벗어나 능력.효율성 중심의 인사 기조를 임기 내내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음식업중앙회 이재석 문경시지부장은 "어느 지역에도 치우치지 않는 대통령으로서 잘 사는 나라, 자녀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는 나라, 전국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나라, 활기차게 세계로 뻗어가는 나라를 만드는 데 당선자는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대.계층 화해해야 = 주부 김정희(41.대구 태전동)씨는 "2, 30대와 5, 60대간, 서민과 중산층 간 편가르기가 이번 선거에서 극심했다"며 서로 이해하고 하나 될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원강사 최영국(35.대구 동구)씨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반목, 일부 부유층의 사치.투기 등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서민들의 의욕마저 끊고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보완함으로써 화합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김병일 포항시협의회 의장은 "우리사회의 또 다른 갈등구조인 노사간 대립도 이젠 풀어야할 때"라며, 노 당선자는 노동자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니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정책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배종진 사무국장은 "생각과 입장이 달라도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용하길 바란다"면서, "지역간 골을 메우기 위해선 지방에 독자성.자주성을 부여하는 지방분권이 하루빨리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살리기가 국민통합의 길 = 대학생 구이회(26)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지방대생이 부지기수"라며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등 지방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사업을 하는 김득환(37)씨는 "월 수입이 15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장사가 안되고 주변에는 카드빚 때문에 힘들어 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환기했다. 지방의 서민경제를 일으켜 달라는 것.
대구상의 노희찬 회장은 "대구경제는 다른 지역보다 더 침체돼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의 총체적 위기를 깨닫고 경제 분권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하라는 것이다.
경북대 경제학과 김영호 교수는 "노 당선자의 경제공약은 국가 재정을 고려 않은 측면이 없잖지만 대구의 테크노폴리스화 등 지식산업 집중 육성 공약은 꼭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구미상의 곽공순 조사부장은 "구미공단은 휴대폰 등 IT제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산업단지여서 세제 분야 등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전농 경북도연맹 곽재봉 총무부장은 개방 농정이 가속하되는 어려운 시기임을 환기했다.
영덕 축산수협 박노창 조합장은 "잘못된 한일 어업협정을 다시 하고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새 어업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1.2부
◈ 경제 대통령 되길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 경제. 그래서 대구.경북 사람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를 목메어 갈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제 노무현 새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했다.성장과 분배,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지역민들의 새 대통령 당선자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욱 크다. 더 이상 지방의 고사를 희생으로 한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은 지양돼야한다.
국민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꿈도 심어주지 못하는 정치적인 논쟁은 싫다. '억'에서 '조'단위로 커져만 가는 '부패 스캔들'은 더 더욱 싫다. IMF 이후 더 심화된 빈부간의 격차, 국적조차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품들이 한국으로 한국으로 밀려들지만 정작 국민의 절대다수 서민들이 원하는 바람은 소박하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과 따뜻한 한끼 밥 그리고 카드빚 없이 조금씩 내일을 설계해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이 중앙으로만 몰려가는 세태. 다락같이 올라버린 집값에 늘어만 가는 가구(家口)당 빚과 흔들리는 신용사회. 노무현 새 대통령 당선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너무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그야말로 이제는 경제이다. 지역 경제인들은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김극년 대구은행장=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특히 지역경제는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경제 정책에서도 대형화 및 규모의 논리만 부각되면서 지역에 맞는 특수성과 차별성은 도외시되어 왔다.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은 다른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는 지방 소재 금융회사들이 지역밀착형 특화 경영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제몫을 다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 지역 발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각종 경제정책을 펼쳐 주기를 희망한다.
■이인중 (주)화성산업 회장=새 대통령 당선자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IMF 경제위기 이후 대구지역의 매출순위 상위 10대기업 중 8개 기업이 파산했거나 법정관리 혹은 워크아웃 중이다. 제조업은 물론 유통·건설 등 서비스산업도 서울 또는 외국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하청경제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새 당선자는 열악한 지방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은 물론 지역간 또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갈등을 줄여나가길 바란다.
■이종현 경북대 교수(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의회장)=영남권 중심도시 대구는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 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낸 인재의 '보고'다. 그러나 인재들이 떠나버리기만 할뿐 되돌아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지 못해 침체에 빠져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나라의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면서 이들이 지역발전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통한 첨단기업들이 대구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은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국이 '경영대국'으로 도약, 아시아의 리더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윤회주 한라주택 회장=지방 중소기업을 운영하다보니 서울 업체들이 잠식하고 지역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지역 중소기업이 많이 살아야 고용 창출 등 지역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다.
주택 사업이 현장 위주 사업이 되다 보니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이같은 민원은 비단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상당수다. 상식에서 벗어난 민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고 준법 정신이 강회되었으면 한다.
■이희태 대구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침체된 대구지역의 경제부흥을 위해 대체산업 육성의 밑거름이 되는 'e-밸리' 조성과 함께 대구공항에 국제선을 확충하는 등 산업 인프라구축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함께 대구지역 경제의 기반인 섬유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 예산반영과 체계적인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
산업체 육성과 경제발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노사가 '윈윈'하는 신노사문화 정착과 함께 대구시와 연계, 전국 최고치에 이르고 있는 대구의 실업률을 낮추는 명 처방을 내려줬으면 한다.
■박노화 대준섬유(주) 대표=지역 경제가 너무 어렵다. IT, BT 등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지역기반이 되는 전통산업쪽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섬유산업 특구 지정'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해달라.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과 함께 중앙에 집중된 재정과 권력, 기관.단체를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해 지역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분권이 제도화로 정착되도록 힘써야 한다.
■전용석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서민의 심정을 잘 아는 새 대통령 당선자를 환영한다. 낮에 벌어서 밤이면 서울로 돈이 빠져나가는 대형소매점, 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의 공세로 재래시장은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 상인들이 위기감 속에서도 재래시장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유세 때처럼 우리의 상권,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현재 30%에 불과한 국고의 재래시장 활성화자금을 대폭 늘려 주고 특히 서문시장을 지하철 2호선 개설과 함께 역세권으로 개발하고 약령시와 연계해 관광특구로 묶어주면 재래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멀리 보고 지방분권 하라
행정수도 이전 등 전국토의 균형 발전을 주장해 온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지방시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는 "대구.경북이 낙후돼 노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가 앞으로도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지방 분권 및 지방으로의 자원 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국가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전국 기초단체장협의회 황대현(달서구청장) 공동회장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행정.재정 결정권을 대폭 자치단체에 넘기는데 노 당선자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경실련 김수원(43) 지회장은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지방분권과 전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뒤 2010년쯤 현실화하겠다고 약속한 노무현 당선자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김태일 교수 역시 "성급하게 처리할 사안이 아닌 만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멀리 보고 진지한 토론을 거쳐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운동 기간 중 노 당선자 등과 지방분권 특별협약을 체결하는 등 분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김형기 교수도 "열악한 지방재정 등 분권에는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며 "노 당선자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토론을 거쳐 완전한 지방분권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기대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로의 권한 이양,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의 자원 분산을 분권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김 교수가 이끄는 '지방분권 국민운동'은 노 당선자와 힘을 합쳐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부문별로 구체적 지방분권 특별법안을 마련, 내년 중순쯤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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