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됨으로써 한미관계가 새로운 전기와 변화를 맞게 됐다. 노 대통령당선자는 대북정책에 있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진보적, 개방적 기조를 견지하고 있어 한미간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대북현안 전반에 관한 심층적이고 폭넓은 조율이 불가피하게 됐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노 대통령당선자의 새정부 출범으로 한미관계에 새로운 변화와 바람이 일겠지만 전통적인 한미유대관계의 기본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서울-워싱턴 관계의 총론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북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 현안 등 각론부문에 있어서는 새로운 변화와 조율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 CNN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주요 언론들은 19일 노 대통령당선자의 승리 소식을 주요뉴스로 보도, 진보적 노선의 노 당선자가 대북, 대미관계에 있어 새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며 그같은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CNN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는 노 당선자가 50년간 지속된 한미 동맹관계가 불평등한 관계이므로 평등한 동반자관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 조야는 노 당선자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변화할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조율에 대해 낙관론과 신중론 그리고 갈등론 등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낙관론은 한미간 전통적 유대관계와 반세기의 공조협력관계에 근거를 두고 있다. 노 당선자가 비록 정치인으로서 대북, 대미관계에 있어 진보적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새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현실을 냉정히 파악, 한미관계와 대북정책을 무난하게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성명을 발표, "노 당선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책으로 한미동맹과 그 동맹이 제공하는 지역안정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우리는 함께그 동맹관계를 현대화하고 향상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 당선자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변화할 한미관계와 대북조정 전반에 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중론에 따르면 한미관계 변화와 대북정책 조율 향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대통령당선자로서 노 당선자의 정책표명과 새 정부 구성, 취임 연설과 국정지표 등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 동시에 노 당선자의 새 정부 출범후, 한미간 고위급 정책조율과 첫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예의 주시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교수도 한미관계의 변화를 예고하면서 무엇보다도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북 쟁점에 대한 정책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솔라즈 전 미하원 아태소위원장은 "앞으로 한국의 새 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가급적 빨리 만나 여러가지 현안과 공동의 도전에 대해 공동의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론자들은 전통적인 한미 유대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미정상회담을 비롯 한 고위급 정책 조율을 통해 ▲한미관계 전반 ▲북핵 및 미사일 개발확산 문제 ▲햇볕정책 공동보조▲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 유지 여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선 등 대북현안에 대한 조율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정상회담과 정책조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한미관계 및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그같은 조율과정 및 결과를 거치기 전에 전망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한미관계의 새로운 갈등설을 제기하는 인사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정책과 관련해 '냉대'를 받았던 전례를 거론하며 비슷한 상황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보수적 부시 대통령과 진보적 노 당선자가 첫 대좌,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대북현안에 대한 조율이 아닌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피터 벡 한국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앞으로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노 당선자는 김 대통령이 취임후 미국 방문때 부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하지 않고 냉대한 전례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의 새 정부 구성 및 국정운영기조 발표에 앞서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향방을 전망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관계는 새로운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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