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비 엇갈린 양당 표정-한나라당

○...19일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승리를 자신하던 한나라당은 투표종료 후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긴장하기 시작, 오후 8시 40분쯤 이 후보의 득표율이 노 당선자에게 역전당하자 중앙당사 10층에 위치한 상황실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득표차이가 10만표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개표과정을 지켜보던 주요 당직자들의 얼굴에는 패배감이 완연했다. 이규택 원내총무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실을 빠져나가자 박희태 최고위원 등 3, 4명의 주요 당직자들이 뒤를 이어 자리를 비웠다.

"희망을 잃지 말자"며 한 직원이 소리친 '이회창' 연호도 일부 당직자들이 몇 번 따라한 것을 끝으로 금세 조용해졌다. 이원형 상황실 부실장의 "출구조사에서 20%가량이 무응답층이었다. 실망하지 말자"는 호소에도 일부 당원들은 "불안해서 더 이상 못 보겠다"며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방송사들이 노 후보를 유력 당선자로 발표하자 상황실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당원들의 감정 폭발로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한 당원은 패배가 확실해지자 벌떡 일어나 "야당이 야당다웠어야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고 고함을 지른뒤, 주요당직자들을 겨냥해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당신들은 뭐했냐.

좋은 식당에서 밥이나 먹을 줄 알았지 제대로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흥분했다. 하순봉 최고위원이 나서서 "누구는 할 말이 왜 없겠는가. 오늘만은 참자"고 만류했으나 일부 당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정숙 여성위원장은 눈물을 흘리며 걸음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여성당직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기도.

○...이 후보는 개표결과 패배가 확실시되자 밤 10시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에 다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며 "모든 결과는 본인이 부족하고 부덕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원들을 향해 "지난 5년 동안 고생시켰는데 다시 또 5년간 고생시킬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랑과 애정으로 도와준 여러분의 은혜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어 노 당선자에게 전화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제는 전 국민의 좋은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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