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6시쯤 대구고 인근 한 호프집.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150여명이 곧 있을 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형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30, 29, 28… 앵커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실내는 초침 소리까지 들릴 만큼 긴장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문득 화면이 노 후보의 당선을 예고하는 순간 호프집은환호와 박수의 축제 장으로 바뀌었다.
"노짱 노짱!" 휴대전화를 꺼내 축하를 전하는 사람, 여기저기서 건배를 제의하는 소리, 감격해 아무에게나 축하를 해대는 소리…"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이젠 왜곡된 역사를 단절시키고 화합의 시대를 열어 가야 합니다".
도기형(35.자영업)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전중현(36.회사원)씨는 "새정치를 바라던 열망이 헛되지 않았다" "암울했던 과거정치를 벗고 이제 새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오후 6시30분. 첫 투표함이 개봉됐으나 출구조사와 달리 노 후보가 뒤지자 회원들은 다시 굳어졌다. 혹시나 하는 우려가 얼굴들 곳곳에 배어 있었다. 다시 술렁임이 일기 시작한 것은 개표 시작 1시간30분쯤 후인 오후 8시.
커져 가던 표차가 점차 좁혀지자 여기저기서 '승리'의 연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5만 5만!" "3만 3만!" "힘내라 힘! 싸워서 이겨라!"… 선거운동가가 흘러 나왔고 모두 한입처럼 합창하기 시작하는 사이 실내엔 노란풍선이 물결을 이뤘다. 지난 6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열기가 되살아난 듯했다.
드디어 8시30분쯤 노 후보가 전세를 뒤집자 회원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왔고, "이젠 됐다"며 환호를 지르는 사람, 울먹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 사람도 있었다.
김헌덕(36.자영업)씨는 "강자에 아부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으로 정도를 걷는 인물됨이 인정받는 순간이자 선진정치의 서막이 열리는 역사적인 밤"이라며 감격해 했다.
그러나 노성현(28.경북대)씨는 "이번 대선이야말로 지역감정.지역주의 같은 낡은 정치를 청산할 마지막 기회였지만그 지역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18일 밤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 소식을 접하고 한숨도 못잤다고 했다. 낡은 정치로의 회귀 조짐에 놀라 밤 새도록 투표 독려 전화를 걸었다고도했다. 회원들은 밤 10시쯤 시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몰려 가 그들이 일궈낸희망을 확인하느라 밤 깊도록 자축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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