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쇄신이냐, 단합이냐

한나라당이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연일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토론에 그치지 않고 권력 투쟁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심화되고 있다. 또 소장파와 중진, 서울·수도권과 영남이 갈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22일 선대위의장·위원장단 연석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23일엔 최고위원회의와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갖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에서 당 개혁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논의의 방향은 당 쇄신과 단합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갈리고 있다. 즉 쇄신론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의원 개개인별 이해관계 등과 맞물리면서 단합론과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현 지도부는 대부분 단합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즉 전당대회를 조기 개최,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이들을 중심으로 당 쇄신과 단합을 기함으로써 오는 2004년 총선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전대까지는 현 지도부가 과도적으로 당을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반면 강재섭 최고위원의 경우 전대 이전에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당 운영을 위한 임시기구를 설치, 쇄신안도 동시에 마련한 뒤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조기 전대에 대해서도 일부 중진들은 반발하고 있다. 신경식 의원은 "급격한 개혁추진으로 당이 동요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총선 전까지 현 체제로 가면서 대여 투쟁력을 강화해야지 당권투쟁을 하면 탈락하는 세력들이 여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기전대가 오히려 당내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다.

특히 개혁·소장파 의원들 쪽은 선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환골탈태를 통한 전면적인 당 쇄신이 우선되지 않는 한 조기 전대는 종전과 같은 당권싸움 외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적청산을 통한 세대교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 운영에 대해선 당의 체중을 확 줄이고 국회내 활동을 강화하는 원내정당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는 "오늘 연석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전체회의를 소집,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당 진로를 둘러싼 논의가 팽팽히 맞서자 내분이 증폭·폭발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소장파의 반발이 거세지고 민주당의 개혁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한나라당은 정풍운동에 휩싸이면서 혼미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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