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스럽다' '한(恨)풀이한다' '한(恨)이 맺혔다'…. 한국인을 칭할 때 '한(恨)의 민족'이란 표현이 유독 많다. 전통적인 인식대로 한(恨)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면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지역 4개 대학이 공동연구컨소시엄을 구성, 한에 대한 체계적·학제적 연구를 시도한다. 대구가톨릭대 경북대 경산대 울산대 등은 이달부터 2003년 12월까지 '한의 구조분석을 통한 한국인의 정체성 연구'에 들어간다. 이 연구는 최근 학술진흥재단 '제2차 기초학문 인문학분야지원사업' 중형과제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한의 문제가 지금까지 문학적·민속학적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으나, 이를 인문과학 영역으로 승격시킨다는 데 연구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로 '원한과 고통의 의식'으로 규정됐던 부정적 인식의 태도를 지양하고, 적극적이고도 희망적 관점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연구는 모두 3단계, 11개 연구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단계별로는 철학, 종교학, 여성학, 정신의학 등 부문별로 연구를 진행한 뒤, 학제간 상호연관성 검토와 연구적용을 거친다.
부문별로는 △ 철학 - '한의 현상학적 구조분석' '한의 해석학적 의미구조' △ 종교 - '유교의 관점에서 본 한의 의미와 지향점' '한의 불교적 화해와 지향점' '한국 가톨릭 수난시에 나타난 한의 내면성과 역동성' '한국 기독교에 나타난 여성의 한' △ 정신의학 - '한의 도(道)치료적 이해' △ 여성학 -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본 근대여성의 한' '한과 여성해방' △ 문학·영화비평 - '한국 역대 시가문학에 나타난 한의 시대별·계층별 양상과 그 해소' '한국 영화에서의 여성의 한' 등이다.
대구가톨릭대 신창석 교수(철학·46)는 "한국인의 마음과 느낌을 대변해주는 한의 개념이 왜곡되고 일탈된 모습으로 지나치게 부정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며 "한의 정서가 우리 민족의 근본 정서라는 데 공감하고, 한의 의식 속에서 드러난 민족의 역동적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고자 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