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경제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노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모토인 '안정적 성장 속의 분배 강화'가 기대 요소라면 최근의 경제위기 징후는 우려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세계경제 침체, 미국-이라크 전쟁 등 불안한 해외여건과 부동산 값과 가계부채 급등, 못다한 구조조정 등 현안은 산적해 있다.
특히 정치안정이 경제안정의 필수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수파'인 노무현 당선자의 짐은 한껏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IMF 위기극복'이라는 컨센서스를 형성했던 DJ 정권 초기와도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이같은 위기의 극복 여부가 새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노 당선자 경제의 핵심은 분배다. '연7% 성장'이라는 '신성장론'을 들고 나왔지만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경제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치는 내년 경제의 성장률은 올해(6%)보다 더 떨어진다. 당장 위축되기 시작한 소비를 진작해 내수를 부양하든지 수출과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고속 성장에는 물가급등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서민생활도 그만치 영향을 받게 된다.
◇지방 경제 활성화=이 부분에 대한 노 당선자의 의지는 일단 확고해 보인다. 노 당선자는 "21세기는 지방화 시대"라면서 "철학을 갖고 있다"고 수차에 걸쳐 강조했다. 노 당선자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도 이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 수도이전 사업이 단기간에 성사될 사안은 아니지만 지방분권의 핵심인 수도권 집중화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현재 국회에는 지방균형발전법이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채 중구난방식으로 계류 중에 있다.
◇재벌개혁과 부의 불평등 해소=재벌개혁은 YS, DJ 정권 할 것 없이 최대의 과제였다. 그러나 이들의 재벌개혁 정책은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노 당선자는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며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또 부의 부당한 세습을 위해 상속세 기준을 대폭 높일 생각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기업경쟁력 등을 앞세워 반발할 조짐이어서 갈등의 소지가 충분하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실 해소=새 정부 '서민경제 안정대책'의 첫 단추가 여기에 맞춰질 것 같다. 이 두 사안은 현재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은 전반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해 현재의 투기차단책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가계부실 대책 역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정부의 급격한 대출 '옥죄기'다. 대출억제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점이다.
◇구조개혁 가속화=문제는 DJ정권 때와 같이 외환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적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조흥은행 매각과 하이닉스 처리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은 즐비하지만 다양한 집단적 요구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인지 노 당선자의 생각은 현정부 구조개혁 방향과 다소 다른 것 같다. 철도.발전.가스 등 망(網)산업과 주요 공기업 민영화에는 반대 입장이다. 때문에 새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