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성형수술 급증 "황혼에도 예쁘게"

'황혼(黃昏) 성형'이 부쩍 늘었다. '아름답게 늙고 싶다'는 욕구가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붐을 타고 분출되고 있는 것.

23일 오후 대구 동성로 한 성형외과를 찾은 김모(70) 할머니는 처진 눈꺼풀로 고민스러워하다 작년에 수술했으나 눈 밑이 두툼해져 위 아래가 어울리지 않게 됐다며 수술을 한 번 더 받으러 왔다고 했다.

"죽는 날에도 머리를 빗는다는 말이 있잖아". 수술을 앞 둔 할머니는 소녀처럼 기분이 고조돼 있었다. 이 의원 오재훈 원장은 "6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15~20%에 이른다"고 했다.

인근 다른 성형외과에서도 60대 이상 환자 비율이 비슷하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60대와 30대의 고부(姑婦)가 나란히 수술대에 올라 시어머니는 이마 주름살을 제거하고 며느리는 눈.코 부분을 예쁘게 성형했다는 것.

이 의원을 찾는 황혼 환자들의 성형 이유는 △사업 경쟁자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남편이나 아내보다 늙어 보여서 △자녀들이 효도한다며 권해서 등 다양했다. 이경호 원장은 "몇 년 전까지 중년 부인들도 남편 몰래 수술 받으려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노인들도 스스럼없이 찾는다"고 했다.

피부과나 비만클리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살을 빼려고 해당 병의원을 찾는 환자 연령층이 20, 30대 미혼여성에서 중년 남녀를 거쳐 노인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대구 지산동의 한 비만클리닉 환자 중에서는 50대 이상 여성이 20%에 이른다고 했다. 뱃살 제거 수술을 받는 사람이 대부분이나, 일부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제 처방을 받고 있다는 것.

교사 출신의 68세 할머니는 과체중으로 고민하다 지난 5월부터 체중 감량을 시작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뒤 요즘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고 했다. 소규모 사업을 하는 60대 초반의 여성은 석달간 체지방 분해 등 시술을 받아 체중을 줄인 뒤 매주 2, 3회 부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최동원 원장은 "노인 환자들은 신체적인 효과 이상으로 정신적인 만족감을 더 누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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