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룸 선호 하숙생이 없어요

"내년엔 하숙을 못 칠 것 같아요, 하숙하려는 대학생들이 있어야 말이죠".

영남대 정문 부근에서 21년째 하숙집을 운영하는 류순자(57.여.경산시 대동)씨는 "이래 저래 서민들 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아쉬워 했다.3년여 전부터 대학가에 원룸 문화가 정착되면서 최근 대학가 주변에 하숙집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

류씨는 "2, 3년전까지만 해도 영남대 주변엔 7, 8집 정도가 하숙을 치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는데, 하숙생 구하기가 극히 힘들어지면서 지난해부터 다들 그만두고 마을에선 유일하게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들 사이엔 기숙사조차 외면할 정도로 원룸선호 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한 류씨는 "최소한 하숙은 못 치더라도 방은 세가 나가야 하는데, 세마저 전혀 나가지 않아 하숙치는 사람들의 생계가 막연하다"고 한숨지었다.

같은 마을의 류정희(54.여)씨는 "지난 85년부터 10여년 동안 하숙을 치다가 하숙생 구하기가 극히 힘들어져 5년전 하숙을 포기하고 현재 방을 놀리며 다른 일로 전업했다"고 말했다.경산시 임당.조영.대동 일대 영남대 주변에는 3년여 전부터 원룸 신축붐이 일어 현재 300여동 4천여가구가 들어섰다.

원룸 세는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사글세 250만~300만원 정도로 월 30만원(1인 기준)인 하숙비가 많이 싸지만 하숙생은 거의 사라졌다.이같은 현상은 대구대 등 하양권 대학가 주변도 비슷한 실정.

대구미래대학의 유현재 기숙사 사감은 "대학생들 원룸 선호현상으로 영남대 주변과 본교앞 등에 원룸 20여동을 기숙사로 이용하고 학생 대부분이 편리함 문제로 하숙이나 주택생활을 꺼리는것 같다"고 말했다.

류순자씨는 "지난해 집도 고치고 월 35만원 하숙비도 30만원으로 내렸지만 여전히 하숙생 구하기는 힘들어 현재 방은 13개이지만 올 2학기때 하숙생은 4명 뿐이었다"면서"내년 신학기는 학생이 없어 방을 놀릴 판"이라 걱정했다.

"대학생들이 원룸을 선호하는 만큼 풍기문란 등 각종 문제점도 많이 따르지만 하숙집은 주인이 보호자 역할을 충분히 할순 없지만 그래도 원룸 생활보단 낫다"라는 류씨는마을주변의 빽빽한 원룸을 쳐다보며 못내 아쉬워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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