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산골에 나타난 '산타 경찰관'

"메리 크리스마스" "와!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꾸러미를 메고 나타나셨네".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저녁 산골마을인 영덕군 지품면 지품파출소. 파출소장 김원종(48)경사를 비롯, 직원 6명과 이곳에서 10여리 떨어진 수암성결교회 차광명(40)목사 부부 등 8명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나눠줄 성탄선물을 챙기느라 바빴다.

날이 어둡자 이들은 과자세트와 쌀, 컴퓨터 등 성탄선물을 순찰차와 승용차에 나눠싣고 조용히 파출소 문을 나섰다.

제일 먼저 찾은 집이 영미(12) 영아(13) 자매네 집. 두자매는 몇해 전 어머니가 가출한 뒤 아버지(노동)와 할아버지, 할머니 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자매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집에 찾아오자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다. 영미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집에 오시다니…"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다음은 정원(여.8) 찬식(9)이 남매 집을 찾았다. 아버지(노동)와 어머니 모두 시각 및 지체장애자이다 보니 생활이 말이 아니다. 정원이는 이날 밤 평소 소원인 '컴퓨터'를 성탄 선물로 받고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포항의 모 피아노대리점 사장이 중고컴퓨터를 성탄선물로 줬기 때문. 차목사는 "사장께서 올해 지품면내 결손가정 아이 2명에게도 중고피아노 1대씩을 기증했다"며 고마워 했다.

경찰관 산타 할아버지들이 다음으로 들른 곳은 종관(8)이네 집.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출한 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종관이는 난데없이 나타난 산타 할아버지와 성탄 선물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어서 대영(13) 순선(여.9)이 남매집을 찾았다. 2년전 같이 살던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지체장애자인 아버지와 셋이서 살고 있었다. 종합과자세트를 선물로 받아든 남매는 "목사님 앞으로 공부방에 잘 나가 공부 열심히 할게요"라고 약속했다.

경찰관 산타와 차목사 부부는 이날 밤 관내 결손가정 5군데와 홀몸노인 3명을 찾아 정성어린 성탄선물을 나눠줬다.

김소장은 "며칠전 목사님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만이라도 산타할아버지로 변해 부모와 자식역할을 해 주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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