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휘파람 공주, 007 어나더데이

2002년 연말을 휩쓴 미국 규탄 구호는 영화계에도 번졌다. 반미(反美)특수를 타고 온 영화 '휘파람 공주'(24일 개봉)와 '007 어나더데이'(31일 개봉)가 한 주 간격으로 스크린을 두드린다.

특수로 주목을 받긴 받았는데…흥행으로도 이어질까?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하는 영화 '휘파람 공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상의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화제를 낳았다. 한국판 '로마의 휴일'이라고나 할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인 김현수와 남한의 로커 지성이 위험천만한 사랑을 택한다.남한의 국정원 팀장과 북한의 인민무력부 요원이 공조해서 미국 CIA의 강경파와 맞선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개봉전 홍보사의 선전과는 달리 반미보다는 남북화합이나 남남북녀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에서 자란 북한 최고지도자의 숨겨진 딸 지은(김현수 분)은 자유분방한 성격에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아가씨. 평양예술단에 속해 비밀리에 남한에 온 지은은 아버지가 짝지어 준 북한의 엘리트 청년과의 결혼을 피해 탈출을 감행한다.

지은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간만에 무르익은 남북화해 무드가 수포로 돌아갈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그녀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된 남.북한 정보부는 발칵 뒤집힌다. 게다가 CIA 매파의 사주를 받은 일당이 '남북분단 고착화'를 위해 지은의 목숨을 노리면서 위험은 더해간다.

서울땅을 헤매던 지은은 무명 록밴드 리더 준호(지성 분)를 만나 달콤한 사랑에 빠지고, 남.북한 경호팀들은 휘파람 공주 구출을 위한 남.북 공조팀을 결성한다.영화는 아이디어의 신선함에서 몇 발짝 내딛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90년대 들어 냉전기가 사라지면서 '예전만 같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던 007이 스무 번째 영화인 '007 어나더데이'에서 택한 악의 세력은 북한의 강경 민족주의자들.촬영초 차인표의 캐스팅 거부에서부터 최근 여중생 사망사건까지 개봉시기를 잘못 잡은것 같은 영화다.

한국을 묘사한 부분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대로 007시리즈만의 특징을 잘 지켜나가며 화려한 화면을 보여준다.북한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분)는 누군가의 배신으로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다. 갖은 고문에 시달리던 본드는 수개월 후에 포로교환으로 풀려나지만 정보누설혐의로 007의 지위를 빼앗기고 억류당하는 신세가 된다.

홍콩과 쿠바, 런던 등을 오가며 배신자의 정체를 찾아나선 제임스 본드. 어느날 징크스(할 베리 분)라는 한 여자를 만나고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본드는 시에라리온의 보석재벌 구스타프(토비 스티븐스)가 음모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의 뒤를 쫓는다. 구스타프를 따라 아이슬란드의 얼음궁전에 온 본드는 그 곳에서 그의 수하이자, 악역 북한군 강경파 요원인 '자오'(릭 윤 분)와 마주친다.

아이슬란드의 얼음궁전이나 도입부의 파도타기 장면등은 007 특유의 풍부한 볼거리. 그러나 반복되는 영화적 틀속에서 힘이 빠진 007은 예전만큼 아드레날린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다.감독은 영화 '전사의 후예들'로 마오리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뉴질랜드 국민감독으로 떠오른 리 타마호리.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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