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중반 무렵인 지난 12일 온통 한나라당 일색인 지역 정서에 반해 '간 크게(?)'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이 요즘 고민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전 청장은 요즘 친구들을 만나기도 부담스럽다. 구청장과 올 6월 시장선거에 나설 때만 해도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던 중·고교 시절 친구들까지도 비난성 이야기를 할 때면 당혹스럽단다. '배신감'이라는 말까지 나오면 할 말도 없어진다. 엄청난 벽이 앞에 가로놓여 있는 것 같아서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다. 노무현 지지 선언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을 무렵 자신을 지지한 사람의 60% 이상이 한나라당 지지자라는 점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지지선언 직후 수많은 사람들과 시민들은 이 전 청장의 행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욕지거리까지 들어간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요즘은 좀 덜해졌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은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는 시민들도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이해하고 평가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비록 시민 80% 가까이가 노무현이 아닌 이회창을 향해 표를 던졌지만 노무현 선택이 그릇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머잖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청장은 비록 지방선거 당시 얻었던 40%에 가까운 지지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해도, 그리고 2004년 총선에서 당선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도 노무현 지지 선언이라는 선택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지역의 정서가 너무 굳어져 있는 것 같아 좀 막막하기는 하다는 말은 덧붙였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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