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기로에 선 일용직

사업주들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올초 채용한 근로자들을 연말에 무더기로 내보내고 있다는 보도(본지 25일자 1면)가 나가자, 당사자인 일용직 근로자들의 반응은 두갈래로 엇갈렸다.

20대 후반의 김모(여)씨 등 다수는 "회사측 관계자가 혹시 우리들 중에 제보자가 있는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면서 계속 이런 보도가 나가면 그나마 지금의 일자리마저 잃게 될지도 모른다며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또다른 일부 일용직 근로자들은 "약간의 눈총이나 처신곤란 등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자리를 볼모로한 사용자측의 횡포를 막아 줬으면 좋겠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이 보인 반응은 정반대였지만 직장을 가지고 싶고, 일하고 싶고, 이왕이면 한 회사에서 오래도록 근무하고 싶다는 희망은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맘같지 않다. 일용직들의 업무는 대체로 특정분야 없이 정규직의 보조업무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도 다반사다. 한 업체의 인사담당 간부는 "정규 직원들에게 맡겼다가는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발당하기 십상일 상황도 많다"고 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간부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일용직들이 나중에 문제삼을 것을 우려해 임금을 통장으로 입금시키면서 입금내역에 '물품대'로 처리, 서류상으로는 일용직 근로자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은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고 믿지 못할 과거의 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용자측은 재임용 또는 계속 근로를 볼모로 무리한 업무나 처우를 강요하고, 한쪽에서는 실직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강요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앞에 근로기준법이나 기업윤리 또는 상식이 차고 들어갈 자리는 전혀 없어 보였다.

'누굴 위해 이런 기사 쓰는 겁니까. 자꾸 이런 기사 나오면 일용직마저 없애 버립니다. 그 뒷감당 할 능력도 없으면서…. 순진한 일용직 선동하지 마세요'.

이같은 협박조의 이메일을 이번 기사 보도의 대가중 하나로 받아보면서 잠시 할말을 잊었다.

박정출 사회2부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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