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의선 임시도 개통현장-DMZ 양측 중장비 굉음만...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남북간 경의선 임시도로 연결 지점 부근은 26일 남북 경계병들만 없다면 여느 공사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DMZ 남북 양측에서 시작된 이래 민간에게는 최초로 경의선 지역 군사분계선(MDL) 부근 남측 노반공사 현장이 이날 취재진에 공개됐다.

도라산역 북쪽에 인접한 남방한계선 제2통문을 거쳐 DMZ로 들어선 뒤 임시도로를 따라 버스로 1.8㎞를 이동해 도착한 MDL 근방에서는 엇갈려 작업하게 규정한 남북군사보장합의에 따라 이날 북측 지역에서 노반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북한군 20여명이 덤프 트럭, 굴착기 등을 동원해 지뢰제거 공사가 끝난 지역에서 노반 공사에 한창이었다.

초병 2명이 MDL 200m 북쪽 임시도로위에서 남쪽을 주시하며 경계 근무를 서는 모습이 MDL 남쪽 10m 지점에서 또렷이 보였다. 남북을 가르며 세워둔 붉은 깃발만이 MDL의 존재를 알렸다.

일부 인민군은 남측 취재진의 모습이 신기한 듯 육안이나 망원경으로 남쪽을 건너다봤다. 분단 이래 대형 버스가 DMZ에 들어오기는 처음이라고 현장의 군 관계자가 귀띔했다.

코 앞에서 진행되는 북측 도로 노반공사 현장에는 낯익은 장비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덤프트럭과 굴착기 모두 현대측이 지원한 것이라고 현장 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폭 8m로 닦인 임시도로는 동해선 지역과 마찬가지로 남북 모두에서 이미 완공돼 개통만 기다리고 있다. 남북간 MDL 통과절차가 합의되면 곧바로 차량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경의선 본도로의 경우 아직 노반공사가 완성되지 않았고 철도는 남측 구간의 MDL 직전까지 궤도가 깔렸으나 MDL 넘어 북측 지역의 궤도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경의선 철도 남북 연결 시점은 새해 1월 15일이 목표다.

분계선 넘어 북측 지역의 능선에는 최근 북한군이 잇따라 기관총을 반입, 설치한 경계초소가 보였다. 북한군은 그러나 21일 이후 초소에 기관총을 반입하지 않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남방 한계선에서 MDL까지 오가는 동안 주변에 무성한 갈대와 숲 사이로 이리저리 뛰노는 고라니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때 논밭과 주거지였던 곳들이 갈대와 숲으로 변하면서 고라니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된 지 오래다.

MDL로 가는 길목의 옛 장단역 부근에는 반세기 동안 방치돼 녹슨 기관차가 분단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었다.

경의선공사 종합상황실장인 이명훈 대령은 "녹슨 기관차는 6.25 전쟁초 남으로 후진하다 북한군의 포격을 받고 이 자리에 멈춰 섰다"며 분단의 상징이 된 기관차의 사연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임시 도로는 이미 개설됐는데 통행의 전제조건인 군 당국간 MDL 통과절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DMZ로 들어가기 전 잠시 들른 도라전망대에서는 쾌청한 날씨 덕택에 멀리 북쪽으로 12㎞ 떨어진 개성 시가지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또 부근에 자리잡은 개성공단 부지와 오른쪽의 배후 도시 터도 눈에 띄었다.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른쪽에는 판문점과 마주한 북측 선전마을 기정동이 우뚝 솟은 붉은 기와 함께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는 1천500여 가구가 거주하는 북측 공사병력 숙영지 금암골과 옆마을 미촌골이 보였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복잡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다.그러나 도라 전망대 북쪽 면에 설치된 '남북은 한가족'이란 선전문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남북은 이미 가깝게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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