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대선 이후의 대구.경북

대구.경북과 호남이 유별났던 대통령 선거는 이제 끝났고 결과 대구의 민심은 그리 밝지 못하다고 한다. 선거 후 소식을 주고받은 대구 사람중에는 "살 맛이 안난다" "이민이라도 가야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고 "이제 5년간 또 죽어 지내야 할 판"이라는 게 적잖은 지역 사람들의 푸념이었다. 그래서 대구의 어느 단체장은 기자들에게 "지역민의 상실감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도 한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선거 후 느끼는 상실감은 "지지하지 않은 지역에 뭐 그리 관심을 주겠느냐"는 짐작 때문이다. "당선자나 집권세력들이 말로는 탕평인사, 지역주의 철폐를 외치지만 실제는 역시 차별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상대적인 소외감을 주는 차원을 넘어서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

다행히 노무현 당선자는 26일 민주당 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청탁문화와 연고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를 반대한 국민들도 포함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당선소감에 이어 다시 지역주의에 반대하는 포용의 의지를 표시했다. 굳이 지역을 따진다면 인수위원회에도 지역 연고인사들이 여럿 보인다.

노무현 당선자의 이강철 특보는 선거전 "대구.경북 사람들이 노무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아쉬워 했다. 대구.경북이 민주당 지지에 가장 인색한 이유는 '제대로 알지 못한' 그래서 '믿지 못한' 때문이라는 말이다. 한나라당 사람들도 선거후 "역시 대구"라고 하지만 대구가 한나라당을 지지한 바탕에는 민주당을 싫어한 마음이 가득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이제 당선자와 민주당은 TK의 인색한 지지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인색한 지지는 결코 대구.경북 사람들의 탓이 아니다. 누구를 선택하는가는 당연히 유권자의 몫이고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잘못은 결국 당선자와 민주당에 있다.

지금은 현역에서 활동하지 않는 지역 어느 중진 정치인은 "대구.경북이 김대중 정부를 미워한 이유는 바로 김대중 정부가 영남을 믿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믿지 못하기에 배척하고 대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골라 편중인사를 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해소는 당선자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대구.경북 사람들에게도 일정부분 해야 할 몫이 있다. 먼저 이해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선거 후 한나라당 어느 의원은 노 당선자를 "진솔되고 진지하다"고 평했고 또 다른 어느 의원은 선거후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나름대로 후한 점수를 주었다.

지역 출신 중견 정치인들은 "대구.경북이 지역감정의 물결에 무턱대고 빠지다간 과거 정권시절 정치적 패배자였던 호남이 당한 슬픔을 대구.경북이 당하지 않으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한다. 맹목적인 지역감정이 자칫 지역의 젊은 후세들을 망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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