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워싱턴 정가는 눈에 덮여 고요하기만 하다. 특히 백악관 주인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말연시 연휴를 위해 향리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으로 떠나고 의회도 휴회중이어서 워싱턴 정가에는 그야말로 정적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 물밑에는 '폭풍전야의 회오리 바람'이 용틀임을 한다. 연말 전격 불거진 북핵위기와 연초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 개전태세로 워싱턴 정가에는 긴박감과 함께 물밑에서 심한 소용돌이가 일고 있기때문이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워싱턴 일대 주요 신문들과 CNN, 폭스 뉴스, ABC, NBC 등 주요 방송은 연일 북한 핵문제를 머리기사로 전하며 북핵위기 대처방안을 심층 보도하고 있다. 북핵위기의 초점은 대북 강경론자인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악의축'이라고 지목한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에 쏠려있다.
부시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북핵 대안은 대체로 화전(和戰) 전략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화전 전략중 외교압박전은 '화'에 무게가 실린 경우이며 군사적 제재는 '전'에 비중을 둔 경우라 할 수 있다.
'화'의 경우에는 대화를 통한 외교전과 대화를 배제한 외교봉쇄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의 경우에는 북핵 시설 폭격이라는 제한전과 북한체제 붕괴를 노린 전면전을 상정할 수 있다.
미국평화연구소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선택 대안을 분석하고 △조건부대화-외교압박 (tolerate) △협상(negotiate) △응징(retaliate) 등으로 일단 3분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제한적 협상과 포괄적 협상, 비군사적 응징과 군사적 응징으로 세분했다.
부시 행정부의 선택 대안중 강경론을 주창하는 인사들은 북한은 이라크와 달리 핵계획을 시인하고 핵위협을 통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 체감위협 강도가 이라크보다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만약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 제조에 들어간다면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북 강경론자들과 일부 미국 언론매체들은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한 회견이나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그 같은 주장을 펴면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국방 수뇌부는 거의 한결같이 현시점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며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과 핵공조를 통한 외교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 제조에 돌입한 사실이 확인됐을 때의 선제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답을 삼가고 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추방과 핵처리 시설 재가동을 선언한 현상황에서는 아직까지 워싱턴내 대북 온건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해 상원 외교위원장에 내정된 공화당의 리처드 루가 의원과 현재 외교위원장을 맡은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은 29일 NBC 방송 등과 한 인터뷰에서 대북 온건론을 개진했다.
이들은 군사적 제재시 한반도 주변에 불어닥친 엄청난 재앙과 파고를 감안할 때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도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 제조에 착수했을 때에도 군사적 제재방안을 자제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직답을 피했다.
반면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대북 강경론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동시에 북한 등을 상대로 2개 전선에서 양면전을 치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의 현 대북정책이 급선회할 수 있다고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북핵대처 방안이 북한의 핵대응 강도와 수위 및 속도에 달려있다면서 그러나 "현단계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로 일단은 요원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벼랑끝 대결에서 서로 물러서지 않은 채 정면 충돌할 경우, 워싱턴 기류는 현재의 '화' 기류에서 언제 '전' 기류로 바뀔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이 취할 다음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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