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과 재벌개혁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후 첫 기자회견과 대통령직 인수위원 선정 등을 지켜보는 재계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노 당선자가 대기업과 재벌을 분리하면서 기업활동은 장려하되 불합리한 재벌시스템은 개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경제분야 인수위원들을 개혁성향의 인물들로 채움에 따라 새 정부의 기업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 후임회장 선출, 대기업 인사 및 경영방침 등도 새정부와 재계의 관계설정에 따라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정책 = 노 당선자가 공언해 온 집단소송제 도입,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주5일제 조기도입 등은 재계가 정책제언 등을 통해 요구해 온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또 노 당선자가 불합리한 재벌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황제식 경영' 등 기업 지배구조 및 공정경쟁 분야에서 아직 개선해야 할 소지가 많아 앞으로 이 부분에 손을 대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는 DJ 정부의 개혁에 따라 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이 상당부분 개선됐고 더욱이 시장의 감시기능이 커진 만큼 규제강화보다는 규제완화 및 시장감시 기능 강화를 통해 경제현안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일단 31일로 예정된 노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과의 상견례를 통해 재계입장을 적극 설명, 균형잡힌 기업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제단체장 선임 = 전경련은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기업과 관련된 정책제안을 정부 및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회장선출은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내년 2월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전경련 회장을 새로 선출하는 문제는 새정부와 재계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 주요 그룹 회장들은 전경련 총수자리를 고사할 공산이 크며 후임자가 아예 나서지 않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김각중 회장은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시하고 있다.
무역협회 역시 회원사들의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지만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정부의 의지가 적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협 관계자들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노 당선자가 수산업계의 대표격인 김재철 회장을 잘 알고 있는 데다 김 회장에 대한 무역업계의 평판이 나쁘지 않아 연임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의 박용성 회장 역시 ICC(국제상업회의소) 부회장에 선임돼 오는 2004년까지 부회장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연임이 점쳐지고 있다.
◆대기업 인사와 경영방침 = 대기업들은 연말연시 단행할 임원인사에서 새정부와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인물들을 일부 전진배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 당선자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역설해 온 데다 부당한 상속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 후계체제 구축을 추진하려 했던 일부 대기업들은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주요기업들은 내년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잇따라 밝혀 경제환경의 불투명성과 새정부의 기업정책과는 별개로 미래 핵심사업 발굴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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