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패가망신 시킨다".
명색 일국의 대통령 당사자가 뱉은 말이다. 하기야 후보 시절에도 '깽판 쳐도 괜찮다'거나 언론과는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분이니 청탁하면 '살아남을수 없도록 하겠다'는 말쯤은 약과일지 모른다.
노 당선자의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직설적 화법이 오히려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이나 스타일을 나타내는 것일뿐 투박함이 더 호소력 있지 않느냐고 이해 해줄수도 있 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이제 선거유세중의 후보가 아닌 예비 대통령이다. 한마디 말 한 걸음의 행동에도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모 른다는 진중한 사색속에서 처신을 해야한다.
더구나 국민에게는 패가망신을 겁주면서 자신의 주변에는 측근중심의 인사를 하면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을 내린다해도 코웃음만 산다. 듣기싫고 아니라고 하겠 지만 노당선자가 벌써부터 '너는 바람풍(風), 나는 바담풍(風)'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저기서 '인수위 인사 하는것 좀 봐라'는 바담풍론이 나 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인선을 보자.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30여명 간사·위원들 대부분 이 소위 '노무현 사단'의 싱크탱크 주역들이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사람, 선거정책자문단에 참여해 있던 교수, 선거때 노후보의 언론특보를 했던 사람 등 어떤 연유와 연줄로든 노 당선자와 과거에 조금씩은 '인연의 끈이 닿았던'사람들 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현정부에서부터 능력을 검증받은 뛰어난 인사들도 있다. 또한 노 후보 측근에서 선거공신역을 했던 몇몇 교수 등은 위원 '감'으로 부족할게 없는 분도있다. 후보시절의 측근이나 개인적인 운동권 동지였다고 인수위원 못되란 법 도없다. 따라서 바담풍 시비를 제기하는 쪽의 우려는 인수위팀의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을 시비거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당선직후 국민다수의 여론과 요구는 탕 평인사에 의한 국민화합이었고 사상과 가치관이 균형잡힌 인재들을 모아 사회주의 적 포퓰리즘으로 치우치지 않는 건강한 개혁을 이루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수위 인선 만큼은 개혁대통령 답게 반대표를 찍은 쪽도 다 끌어안겠다고 한 약속 그대로 노무현 사단 중심의 인선이란 비판의 여지를 최대한 피했어야 했다.
한나라당 선거전략팀 속에도 나름대로 뛰어난 인재가 있기 마련이고 국가발전에 필요한 훌륭한 정책대안을 내놓을 싱크탱크들이 널려있을 것이다. 자칭 개혁정당 의 지도자라면 패전한 적군속의 지장(智將)의 목을 치는 대신 내 진영으로 끌어와 부릴수 있는 아량과 배포를 가져야 했다. 패전 야당의 지략가와 참모들도 다같이 국가중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지혜 주머니들이다.
선거에 졌다고 패전당의 모든 참모들은 다 바보라는 논리는 옳지않다. 만약 그들 중에 노무현 사단의 참모들보다 명백히 더 뛰어난 인재들이 32명이 넘는다면 인수 위는 몽땅 그들로 채워도 좋다는 개혁적 사고를 노 당선자는 가져야 했다. 그런 변화된 사고와 실천이 참개혁이다.패배한 적진에서 지장들을 몇이라도 끌어다 썼 으면 얼마나 보기좋았을까.
며칠전엔 민주당 연찬회장에서 당선자 본인 입으로 10여년 이상 자신을 지켜온 운 동권 사람들을 가리켜 '노무현을 위해 10년씩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지목하고 청 와대로 데리고 들어갈 뜻을 비쳤다는 보도까지 나온판이다.
당선자가 측근을 주변에 두고 쓰겠다는건 인간적으로는 인지상정이고 정치적으로 는 승자의 권리다. 그러나 선거에서 50%미만의 지지를 얻은 절반의 승자로서는 탕 평의 화합인사, 균형있는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교통일안보 분과위원들을 햇볕정책 지지자 내지 신봉자들로 뽑아놓았다는 보도 에서 국민들은 핵문제로 첨예화 돼있는 대북문제에서 균형있는 대북정책 대응에 편향성이 생겨나지나 않을까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비록 패전당이지만 거대 여당의 좋은 인재들은 발탁에서 배제한채 '10년 따라 다닌 사 람'만 강조하는 인사자세에서는 자칭 개혁지도자의 인사개혁 이미지를 찾기 어렵 다.
거창한 인사개혁과 패가망신 엄포를 놔봤자 다수 국민들이 그의 큰소리를 '바담풍 '으로 들으면 개혁은 물건너 간다. 오늘 아침 선거공약으로까지 약속했던 국정원 장 검찰총장 등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도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실시를 유보키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인사개혁, 패가망신 얘기 했던게 엊그제인데.... 노무현 당선자의 인사개혁은, 바람풍일까 바담풍일까. 오늘 현판식을 단 인수위 원회의 건강한 개혁을 기대하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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