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시.군에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온 문화원이 대구시내 구.군들에 설치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8년이나 됐다. 현재는 수성구를 제외한 7개 구.군이 모두 문화원을 갖췄다. 1994년 제정된 지방문화원 진흥법에 따라 문화원에는 중앙.지방 정부들로부터 지원금도 공식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문화원도 까딱하면 그저 그렇고그런 관변단체의 하나로 전락하기 쉬운 것이 현실. 과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낯선 기관=대구시내에 처음 문화원이 선보인 것은 1994년 달성군 및 중구문화원이었다. 그 후 1998년 남구문화원이 문을 여는 등 5개가 더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직장인 최모(32.여.남산동)씨는 "미국 문화원 등 외국 문화원은 이름을 들어봤지만 대구시내에 구.군별로 문화원이 있는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시민들에겐 여전히 낯선 기관인 셈. 문화원들도 스스로를 알리려는 노력을 많이 않아 7개 문화원 중 자체 홈페이지를 가진 곳은 한 곳도 없다.
시민들이 문화원 주최 행사를 쉽게 알 수 있는 장치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그나마 있던 고정 회원들조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문화원들의 개원 초기 회원은 평균 400~500명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거의가 200~300명 선으로 줄었고 지금도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구시 문화원연합회 노영하 회장은 "지역 문화원들 대부분이 1990년대 말 이후 생겨나기 시작해 짧은 역사때문에 지역민들에게 알려질 시간이 부족했던데다 연간 3천만~4천만원 정도에 불과한 정부 보조금으로는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없어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운영도 아직은 미비=한 문화원 관계자는 "문화원들이 자체 공연장을 갖추지 못한데다 예산 부족 등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은 일회성 행사나 전시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 문화원의 현실이라고 했다.
중구문화원 경우 올 한해 동안 벌인 사업은 한문, 시조작법, 일본어회화, 교양음악 등을 내용으로 매월 여는 주부대학, 국악마당, 사진전시회, 유적탐방 정도. 그마저도 주민 호응은 미미하다고 했다. 문화회관 등 별도의 행사.공연장이 없다보니 활동이 더 위축된다고도 했다. 그래서 전용 회관으로 쓸 봉산문화회관(2004년 3월 개원 예정) 개원만 손꼽아 기다린다는 얘기도 들렸다.
다른 문화원들이 여는 문화행사도 동요대회, 풍물전, 가요제, 지역작가 초대전 등이 주류이다. 지역문화 관련 정책 개발이나 지원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 특히 국내외 문화교류 사업은 꿈일 뿐이라고 문화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문화계 인사는 "문화원장직이 사실상 명예직화 되다보니 원장부터 문화에 대한 소양이 떨어지게 된 것도 한 원인"이라고도 주장했다. 문화원장이 되려면 사무실, 운영비, 1억여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는 만큼 문화적 소양을 갖춘 문화계 인사보다는 재력을 갖춘 인사가 맡기 쉽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관련 전문가들은 문화원들이 일시 행사 중심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고 공동체 문화의식을 높이는 사회교육 기능을 확충함으로써 지역 문화센터로 설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구 팔공문화원 한전기 원장 경우 "찾아가는 문화행사 등을 열어 문화 수요자에게 다가가는 문화 전도사, 문화 사랑방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찾아가는 음악회가 한 예로, 대형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던 클래식 등 각종 공연을 골목골목에서 펼친다면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주민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지난 여름 금호강 생태공원에서 열렸던 '한여름밤의 소음악회'엔 인근 주민 3천여명이 몰려 그런 방향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했다.
예산 타령에서 벗어나 구.군청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동구문화원은 2000년부터 동구청과 함께 '팔공고려문화제전'을 개최, 지역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잡도록 했다는 것. 이 행사는 중앙정부에 의해 '좋은 지역문화 행사'로 뽑혀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독자적 문화공간 확보와 기업의 지원도 강조됐다. 북구문화원은 문화예술촌을 개관해 화가들로 하여금 작업실과 각종 문화 행사장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달서문화원은 모 케이블방송의 공연장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구민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연합회 노영하 회장은 "풀뿌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계 인사 참여, 행정기관과 기업의 문화마인드 재정립 및 예산 지원, 주민 참여 등 4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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