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크노@테크노-(1)타이완 신주과학단지

---글 싣는 순서

1)타이완 지식경제의 메카: 신주과학단지(프롤로그)

2)산·학·연 협력의 중심: ITRI(산업기술연구원)

3)또 하나의 핵심인프라: 교육·문화

4)모든 서비스는 단 한 번에: 신주단지관리국

5)신화의 재창조: 타이난과학단지

6)타이난과학단지의 성공 SW전략

7)지역출신 CEO가 본 대만의 기업문화

8)대구·경북 테크노파크 5년

9)대구·경북 테크노폴리스를 위한 제언(에필로그)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컴퓨터나 서버 등 각종 시스템의 하드웨어(HW)를 일반적 으로 '깡통'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더라도 그 OS(운영체제)가 시 대에 뒤떨어지거나 주위 환경과 효과적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하면 하드웨어는 무 용지물이라는 것을 은연중 암시하는 속어다.

어쩌면 21세기 첨단지식경제의 특징을 이처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같다. 최신장비나 신기술, 번듯한 공장이 곧바로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과 직결되던 20세기 산업사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21세기 지식경제 시대 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도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경제 시대를 맞아 지난 1998 년부터 지역경제 첨단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테크노파크사업'을 추진해 오 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와 경북테크노파크는 이미 올해 5년간의 시범테크노파크 사업을 마무리지을 시점에 와 있고, 포항테크노파크와 구미테크노파크는 이제 막 출발점에 서 있다.

또 대구와 경북에는 50여 개의 대학이 밀집해 있고, 35개의 대학 및 기관들이 창 업보육센터와 산학연컨소시엄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역 시 독자적 위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2004년부터 3년간 총 사업비 410억원이 투입 되는 나노부품실용화센터가 경북대학교에 들어선다. 대구시는 'e밸리' '한방바이 오밸리' 등을 포함한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누구도 선뜻 '대구·경북이 21세기 지식경제시대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첨단산업 관련 정책들은 각 추진기관별로 분절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아직도 관료들과 첨단산업 지원기관 종사자, 심지어 첨단기업인들 상당수까지 산업사회적 패러다임을 벗어던지지 못하 고 구태의연한 행태들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 발전 에 커다란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과 인프라들이 자칫하면 '빈깡통'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1980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는 명성을 얻은 타이완의 신 주과학단지(Hsinchu Science-based Industrial Park) 역시 20여년간 223만여평 규 모의 단지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1조1천800여억 원의 정부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신주과학단지의 성공이 이같은 정부투자만의 '필연적 성과'는 결코 아니다 . 신주과학단지의 성공신화에는 '산업계' '정부부처' '대학' '연구소' 및 '주위환 경' 서로 간에 '성공을 향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신주과학단지의 인적 구성 자체가 과학기술 중심의 지식경제적 특징을 잘 보 여주고 있다. 328개 기업, 9만8천여 명의 직원 가운데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가 진 사람들만 1만8천여명에 이르고, 전체 종사자의 65%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남녀 비율은 50대 50으로 대등하고 평균 연령은 32세로 아주 젊다. 특히 해외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익히고 되돌아온 고급두뇌만도 4천292명이나 되 고, 이들이 신주과학단지에서 세운 기업은 123개로 전체 신주과학단지 입주기업의 37.5%를 차지한다.

젊고 유능한 고급두뇌들이 성공을 위해 국내외에서 앞다퉈 몰려드는 곳. 신주과학 단지 입주기업의 매출 성장세는 놀랍다. 1983년 1억달러(약 1천250억원)였던 입주 기업 매출은 1995년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우리가 IMF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199 9년과 2000년 각각 203억8천700만달러(약 25조4천840억원) 및 298억400만달러(약 37조2천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IC(집적회로)관련 산업을 비롯한 IT(정보기술) 분야에 집중된 산업구조 때문에 세 계 IT불황으로 인해 전반적 성장세는 주춤하지만 새로운 유망산업이 속속 제자리 를 찾고 있는 현상은 신주과학단지의 '신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매출이 격감했던 2001년 신주과학단지에 입주한 57개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오히려 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6억6천100만달러(약 2조8천 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업체(19개)는 비록 매출액 3천800만달러로 규모는 적지만 최악의 경기상황에서 무려 1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주과학단지의 성숙 한 반도체 및 IT(정보기술) 산업이 '바이오센서' '바이오칩' '바이오케미컬 테스 트 장비' 등 새로운 바이오산업을 든든히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또 2001년 한해 51건, 9억6천500만달러(약 1조2천6억원)의 신규투자가 이루어졌다 제임스 제이 리(신주과학단지관리국)씨는 "대만 제조업의 8.89%, IT(정보기술) 산 업의 24.98%, 해외무역의 10%, 혁신의 11%를 담당하고 있는 신주과학단지는 여전 히 타이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체 왜 젊고 유능한 고급두뇌들과 투자자본들은 끊임없이 신주과학단지와 그 주변으로 몰려들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가. 세계 최대를 자랑하지만 나날 이 쇠퇴하고 있는 구미공단과 포항철강공단, 대구지역 공단과 신주과학단지의 근 본적 차이점은 무엇인가.

아시아 지식경제의 메카로 불리는 신주과학단지에는 공장용지의 싼 값 분양이라는 단순논리가 아니라, 유망한 첨단기업을 반드시 성공시키는 육성시스템과 효과적 원-스톱 행정서비스, 두뇌집단을 유인하는 교육환경과 기업문화, 효율적 산·학· 연 연계 네트워크 등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등한시 해 온 최고수준의 '운 영SW(소프트웨어)'가 있었다.

타이완 신주과학단지의 성공과 그 신화를 재창출하고 있는 필수적 하드웨어와 그 운영메커니즘을 차례로 살펴보고, 지식경제 기반의 신도시 테크노폴리스를 지향하 고 있는 대구·경북의 전략 수립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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