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정부가 탄생하는 2003년은 개혁(改革)이 국민적인 명제(命題)로 떠오를 것이 틀림없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이은 12월 대선(大選)의 선택에 따른 사회적 변화의 흐름이 급물살을 타게 돼 있고 새로운 리더십, 질서구축 등이 뒤엉켜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국가경영 의지가 담긴 조각(組閣)이 국민적인 동의와 함께 국정수행 능력을 검증받는 첫해다.
북한의 핵과 관련한 당선자의 지혜로운 대응에도 세계의 이목(耳目)이 집중해 있고, 당선 후 내건 국민통합도 아우르는 첫해다.
예측이 불투명한 경제성장 목표의 관철과 균형 분배에도 국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국민들의 마음속엔 희망과 기대만큼 새로운 질서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균형 갖춘 건강한 개혁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한다.
인기에 영합한 개혁이 국민을 고단하게 하고, 국민의 역량을 저하시킨 DJ정부의 개혁혼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의약분업에 따른 갈등과 대립은 국정혼란을 야기한 피곤한 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다.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개혁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국정의 첫걸음은 늘 순풍(順風)에 돛을 단 듯하고, 국민들이 영원한 갈채를 보낼성 싶어도 날이 가면 평가(評價)는 이성적으로 바뀐다.
민심은 냉엄하다는 것이 적확(的確)한 표현이다.
수용(受容)의 정치를 펴야 냉엄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노무현 당선자를 선택하지 않은 50%가 넘는 유권자들의 뜻이 무엇인지 겸허하게 수용해야 희망의 정치다.
「세상을 크게 고르게 하는 정치, 크게 하나 되게 하는 정치, 지극히 정직하고 올바르게 하는 정치」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런 큰 정치의 틀은 정치적 반대세력의 실체를 존중하고 그들의 입장을 수용하는데서 찾아야 선거과정에서 빚은 갈등의 치유가 가능하다.
관용이 아니라 수용이다.
관용은 시혜적, 은혜적 접근이고 수용은 화합과 상생(相生)의 접근이다.
선거는 한낱 정치과정이고 단순한 절차일 뿐이다.
◈지역민 새로운 변화 순응
이런 관점에서도 이번 대선은 대구·경북인에게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특정후보의 패배를 「상대적 박탈감」으로 줄곧 매달려 있을 수 없다.
이젠 생각을 바꾸자. 영·호남사람들의 특정후보에 대한 몰표현상을 지금은 「전략적(戰略的) 지역주의」라고 한다.
노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가 호남과 영남출신이 아닌데도 상대 지역후보만은 절대 안된다는 이유로 압도적인 반대와 지지를 보내는 「이상(異常)현상」에서 나타난 충격을 빨리 벗어 던져야 새로운 변화에 순응할 수 있다.
더 넓은 세계로 향해 뛰어가는 힘을 키우자.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사람을 키우면 국가발전, 지역발전도 동시에 성취될 것이다.
생각이 젊은 지도자에게 관심도 가지고 반듯한 젊은 인재를 길러야 한다.
인재를 지역에서 육성하면 더욱 좋은 일이나 서울, 런던, 워싱턴, 동경에서 꿈을 키워도 뿌리는 대구·경북인이다.
넓은 세계속에서 세계화된 지역인재를 키우자.
◈반대세력 실체 존중해야
인재의 적재적소의 배치는 새 정부의 으뜸가는 실천적 과제일 것이다.
공정한 인사는 선거 공신, 측근, 실세(實勢)의 배제가 관건이다.
가신(家臣)의 행세가 과거 정권의 부담으로 남아 인사 편중을 부르고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실상을 보아 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격렬하기 때문에 성공한 측의 주변은 점령군 같은 분위기에 곧잘 휩싸인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듯, 공정인사의 원칙이 서야 실력중심의 사회통합이 확보된다.
적절한 노사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무원 노조」의 다양한 요구, 수용여부는 새정부의 현안이다.
노조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넓은 노 당선자의 등장으로 노사관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재계(財界)는 긴장상태다.
과연 기업하기가 더 좋을 것인지 강성노조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지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노조편중, 재계편중이 아닌 공정한 룰에 의한 노사관계 설정이어야 국가경제가 발목 잡히지 않는다.
◈수평적 의사 전달 노력
우리는 개혁과 새로운 사회질서, 권력의 개편 등으로 대립과 갈등이 예상되는 새해를 맞으면서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하고자 한다.
수평적(水平的)커뮤니케이션 분위기 조성과 전달에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을 반듯하게 놓고 저울의 추 기울기를 바로 잡아야 올바른 토론의 장(場)이 열린다.
젊은이들의 역동감있는 창의적 사고(思考)의 폭넓은 수용노력은 우리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새로운 변화의 추구는 수평의 대화가 전제돼야한다.
수직적 대화는 독단적 발상을 싹트게 한다.
여러 가지 의견을 억눌러 획일적 사고를 부른다.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희망이 있다.
매일신문은 그러한 언론매체의 여론형성 기능과 책임을 더욱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을 새해 아침에 약속드린다.
2003년 새해, 나라와 지역의 꿈과 희망을 향해 다 함께 닻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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