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코드를 읽으면 사회를 알 수 있다".
문화코드는 그 시대를 대변한다.
그속에 삶의 흐름과 양식의 변화 세태를 반영하는 기호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기호와 이를 읽는 생산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대중문화코드는 장르전반의 경향과 대중문화의 흐름을 읽어 낼 수 있는 키워드. 처음 단순한 유행으로 시작된 이러한 코드는 반복 재생산되면서 사회전반에 미치는 위력은 사실 막강하다.
2000년의 '엽기'의 광풍이 문화코드의 중심에 있었고 조폭, 순수, 코믹, 과장, 우리것, 노스탤지어, 감수성 등이 연이어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영화의 흥행비결을 코드마케팅이라고까지 했다.
'조폭마누라''가문의 영광'등의 성공은 대중문화코드를 정확하게 이용한 코드마케팅의 결과로 분석하기도했다.
대중문화코드는 바로 그 시대의 기호이며 이를 잘 이용하면 대박이 터진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코드는 그 만큼의 위력을 갖고있다.
엽기를 보자. 2001년 엽기현상은 사회 전 분야를 강타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시작한 엽기신드롬의 시작은 '엽기발랄'한 것이었다.
386세대들도 "젊은이들의 세태를 이해하기 위해 꼭 봐야한다"는 생각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너 죽을래?"를 연발하는 영화 속 엽기녀의 행동은 386세대의 상식과 너무나 다른 것이었기에 신선했다.
486세대도 '엽기' 의 유쾌함에 빠져들었고 엽기를 아느냐 엽기를 모르느냐가 바로 신 구세대의 구분을 할 수 있는 단어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엽기는 이내 '엽기끔찍'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잔혹하고 변태적인 돌려보며 즐기는 '엽기 동호회' '엽기 동영상 사이트', 자살.마약.조폭 등의 '엽기 사이트' 등이 번져갔고, 엽기사이트에 심취한 일부 청소년들의 엽기적인 범죄로 이어졌다.
엽기와 같은 문화코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왜곡되는 결말을 맞는 한국적인 토양은 무엇일까.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주형일 교수는 "한국사회의 유행선호, 집단주의 경향이 빈번한 유행의 교체를 불러오는 것 같다.
유행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는 10대 청소년들이고, 한국의 대중문화는 엄밀하게 말해 청소년문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방송.영화.가요 등 대중문화장르의 주 소비계층이 10대 청소년들이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심화됐다.
비판의식 없이 쉽게 자극적인 것에 빠져드는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하나의 문화코드를 정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한해 풍미했던 '아해ㅎ해ㅎ'도 대중문화코드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 청소년들의 통신용어에서 탄생한 '아해ㅎ해ㅎ하다'는 '엽기적'이란 말의 변종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또 최근의 문화코드를 '가벼움'으로 설명했다.
"역사적인 이념같은 묵직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져 가고 있는데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번져 젊은이들이 순간적인 가벼움으로 도피해보자는 심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도 문화코드의 위력은 사정없이 발휘됐다.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후보는 젊은이들의 문화코드에 맞는 감성적인 전략을 적절히 사용해 젊은이들의 표를 얻어냈다.
기타를 들고있는 대통령후보,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홍보팸플릿등. 가벼움과 이미지를 강조하는 문화코드를 적절히 사용, 노무현후보가 갖고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시킨다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최근 대중문화코드
2002년 한 해는 조폭신드롬, 복고, 코미디, 섹스물, 반미 등 다양한 코드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지난해 전체 45%(지난해 43.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한국영화 흥행작들은 코미디 일색이었다.
조폭신드롬의 끝물이 가시기가 무섭게 '가문의 영광' '광복절 특사' '색즉시공' '몽정기' '해적 디스코왕 되다' '2424' 등 코믹물이 스크린을 메웠다.
복고도 유행했다.
KBS 2TV '쟁반 노래방'에서 출연자들은 검정교복을 입고 나오고, '개그콘서트'에서는 '봉숭아학당 2002'와 만담 개그, 스탠딩 개그, 슬랩스틱개그, 유치개그까지 등장,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80년대 달동네를 배경으로 했고, 최근 개봉된 류승범 임은경 주연의 영화 '품행제로'에는 '마징가 Z' '원더우먼' '하록선장'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색즉시공' '몽정기' '밀애' 등 섹스 소재의 영화가 연이어 선보이면서 '섹스'코드를 만들기도 했다.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윤도현밴드 신해철 싸이 이정현 등 가수들과 최민식 변영주 정진영 등 영화인들이 추모곡 발표와 촛불시위 동참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미코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2003년 대중문화코드는?
"한국 대중문화의 주 소비자가 10대 청소년인 이상 이들의 구미에 맞춘 '가벼운 경향'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10대 위주의 대중문화속에서는 장년.노인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향은 한동안 더 심화되겠죠".
2003년 대중문화코드는 '가벼움'과 '일방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쇼.오락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잡담, 신변잡기적인 재담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익성을 표방한 일부 쇼.오락 프로그램마저 오락적 요소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연극도 일단 웃겨야 관객이 몰리고, 멀티미디어적인 요소가 강한 뮤지컬도 각광을 받았다.
한 연극평론가는 "연극을 보면서 사색하고, 무거운 주제와 직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들이 가벼움 일색이어서 진지함이 생경스러워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대중문화의 일방성도 두드러진다.
TV 코미디.오락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자막의 홍수'. 웃음을 '글'로 설명하고, 같은 장면이 계속해서 리플레이된다.
무분별한 자막이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박탈한다.
출연자들은 자기들끼리만 떠들고, 그들의 시선은 브라운관 안에서만 맴돈다.
시청자는 '우격다짐식' 개그에 '무뇌아'같은 웃음을 지을 뿐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