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제자리를 지킵시다'

또 새로운 한해를 맞았다.

지난해 이맘때는 " 부자- 되세요"가 최고 신년 인사가 됐다.

한 신용카드 광고에서 연예인이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요-"한 것이 대 유행이 된 것이다.

부자되는걸 싫어하는 사람 없듯이 그냥 덕담으로 부담없이 오갔다.

그러나 올해는 "부-자 되세요"하고 인사를 하더라도 행여 좋은 뜻으로 받아 들여 질지 의문이다.

자칫 실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인사 했다가는 "이양반 누굴 놀리나"하고 면박을 당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자기 자리를 이탈해 우왕 좌왕 하는 듯 하다.

최규선 전 총경처럼 법을 어기고도 버젓이 퇴직금 타고 잘 살고 무질서가 판을 쳐도 말릴 사람도 없다.

새 정권이 탄생돼 희망찬 새해를 맞아야 함에도 마음 한구석 불안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왜 일까.원인은 희망보다는 우리의 미래가 밝지 못하고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와 핵 위협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DJ정권의 햇볕정책을 승계한 노 당선자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상당수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상태서 계속 햇볕만 쬐다 우리만 왕따당하는 것은 아닌지, 이대로 가다가는 주한 미군이 철수 해 버리는게 아닌지, 북한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일차적으로 남한에 핵폭격을 하면 어떡하나. "우리 한반도가 위험하니 미국이나 중국이 적극 도와주시오"하고 정부가 당사자로서 직접 나서야 하는게 아니냐 등 이래 저래 불안하기만 하다.

경제문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각종 경제지표가 올해부터 IMF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데다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붓고 소비심리가 급랭해 내년 경기는 예측 불허다.

많은 기업들은 노 당선자가 대선공약에서 강조한 재벌개혁과 분배정책에 막연하게 불안해 하고 있다.

공평한 분배를 싫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분배에 치우치다 보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해소 시켜줘야 한다.

이미 수많은 고급 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다.

거기다 기업마저 흔들린다면 이 많은 젊은 인력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불안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것이다.

이번 대선득표에서 보여준 '서노(西盧) 동창(東昌), 소노(少盧) 노창(老昌)'현상은 이땅에 아직도 세대간, 동서간 괴리가 엄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늙은 것 들은 물러가라" 하고 늙은이들은 "니들이 게맛을 알아"하고 대립한다면 집안꼴이 뭐가 되겠는가. 실제 지난 선거때 이런 현상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심심찮게 벌어 졌었다.

또 역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지역감정을 해소하겠다고 하면서 아직도 한쪽은 95%표요, 한쪽은 80%라면 이게 무슨 민주주의라고 할수 있나. 이 격차를 해소 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발전도 비전도 없다.

지금 우리의 어머니들과 자녀들은 교육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너무나 힘들어 하고 있다.

유치원때 부터 대학 입학때까지 과외서 시작해 과외로 끝난다.

그것도 영어, 수학뿐 아니라 컴퓨터, 피아노 등 10-12개나 된다.

부모는 사교육비에 쪼들리고 자녀는 책가방에 압사될 지경이다.

예전에는 머리만 좋아도 명문대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돈없이는 따라 갈수가 없다.

누가 이렇게 공교육을 무너지게 만들었는가. 누가 이들을 책임질 것인가. 교육을 망친 장본인이 아직도 집권당의 요직을 맡고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5년전 이맘때 DJ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는 IMF의 한파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장롱속의 돌반지까지 꺼내 외채갚기에 나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지난해는 붉은 악마가 전국을 뒤덮으며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다.

여중생 압사사건에서 미군이 무죄 석방되자 말없는 촛불시위로 또한번 민족의 결집된 힘을 보여 주기도 했잖은가. 이렇듯 우리는 지금까지 기둥만 있으면 무한히 발전될 토양을 갖고 있는데도 중심이 될 지도자가 없었다.

새해를 맞아 우리는 모두 제자리를 찾는 운동을 벌여야 겠다.

사람도 제자리에 서고 물건도 제자리에 놓고 국회도, 질서도, 교육도 모두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노 당선자에게 우리는 기둥이 되어 줄 것을 주문한다.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기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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