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없이 앓는,
안동댐 민속촌의 헛제사밥 같은,
그런 것들을 시랍시고 쓰지는 말자
강 건너 임청각 기왓골에는
아직도 북만주의 삭풍이 불고
한낮에도 무시로 서리가 내린다
진실로 따뜻한 아랫목이 아니라
성에 낀 창가에서 얼비치는 것
선열한 육사(陸史)의 겨울 무지개
·····················
오늘도 타는 저녁 노을 속,
깃털을 곤두세우고
찬바람 거스르는
솔개 한 마리
-김종길, '솔개-안동에서'일부
깊은 아픔을 삭여 나온 밀도 있는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라 요즘 발표되는 시들은 그냥 쓰기 위해서 쓰여진 소음의 범람으로 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그것이 내용 없는 헛제사밥 같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는 현대에 와서 잘 보이지 않는 강철 같은 스케일의 선비정신을 노래하고 있다.
육사와 지훈의 맥을 잇고 있는 이 고장 출신의 유일한 노시인의 시이다.
(권기호)
오늘부터 '시와 함께 하는 오후' 필자가 권기호 시인으로 바뀝니다.
시인 약력='자유문학' 신인문학상 詩 당선(1962년), '현대문학' 평론 추천(1964년) ,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장·국제대학원장 역임, 전국대학 인문과학연구소협회 회장 역임 , 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초대 대구시협 회장 역임, 현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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