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년인터뷰-리뚠치우 중 사회과학원 고급 연구원

-공산당 16기 전국대표대회 1차 중앙위 전체회의(16기 1중전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가 새로운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됐다.

장쩌민(江澤民) 중심의 3세대에서 이제 후진타오 중심의 4세대 지도부로 권력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신지도부의 등장에 대해 중국 인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새로 구성된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보다 나이가 젊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들이며 이공계 출신의 전문가그룹이라는 점이다.

과거 혁명시대의 영도자들 중엔 대학졸업자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한마디로 젊고, 문화정도(학력)가 높고, 현장 업무 경험도 많은 사람들이라며 인민들은 반기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 총서기는 젊고 능력있는 지도자로 환영받고 있다.

후 총서기를 비롯하여 여러모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새 지도자로 선출돼 중국 인민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새로운 영도자들이 서로 마음을 합쳐서 열심히 일한다면 21세기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후진타오의 중국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후 신임 총서기의 외교정책 방향은 어떠할 것 같은가.

▲지도자가 바뀌었으니 물론 변화는 있겠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의 대외정책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던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나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는 혁명세대의 영향력과 영도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외교관계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 세대는 그렇지 않다.

개인보다는 여러 지도자들의 집체적 판단과 결정을 중시할 것이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 그러했듯 앞으로 중국은 대외 관계에서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우선적으로 따질 것이다.

후진타오 총서기의 외교 역량에 대해 관심들이 많은데 후 총서기는 칭화(淸華)대 출신의 테크노크라트로서 국제적인 외교 업무 경력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않다.

이는 후 총서기가 앞으로 외교문제에 대해 특별한 편견이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이런 여러가지 관점에서 종합해 볼때 후 당분간 총서기는 장쩌민 주석이 확립해 놓은 기존의 외교노선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중국의 젊은 지도부 등장에 따라 대(對) 한반도 외교정책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전체적인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과 마찬가지로 장쩌민 주석시대에 마련된 중-한 외교정책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외교방향은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정치체제는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중-북 관계 역시 특별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한 관계는 경제적으로나 정치 문화적으로 더욱 밀접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실리추구가 외교정책의 기본노선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은가.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인 우호관계이자 형제관계이다.

지난 1990년대 이전의 중-북 관계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비중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북한을 도와주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다소 비정상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북한도 중국과의 상호 이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중국도 북한과의 진정한 외교관계 회복을 위해 상호 국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북한 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은 분명하고도 일관되게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지지한다.

때문에 중국 신지도부는 북한이 대규모 살상무기를 갖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한다고 가정해보자.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고조될 것이며 이는 미국과 일본을 자극하여 TMD(전략미사일)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증폭되며,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중-한 양국에 위협이 될 것이다.

때문에 새 지도부는 북한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국에 긴장상황이 고조되지 않도록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를 완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새해들어 이라크를 공격하려 벼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북한 핵문제를 들어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면 이는 단연코 반대한다.

중국은 북한 정부의 붕괴를 결코 원치 않는다.

다만 북한이 정책 투명성을 높이고 점진적으로 대외개방을 확대하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기를 중국은 희망하고 있다.

-후진타오 지도부의 타이완(臺灣)에 대한 정책은 어떠할까.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역대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신지도부 역시 타이완의 독립저지, 그리고 '1국2제' 방식을 통한 평화적인 통일정책을 견지할 것으로 본다.

지난 16기 1중 전회에서도 장쩌민 주석이 그렇게 밝혔고, 2002 중국 국방백서에서도 이 내용을 명확히 했다.

중국은 타이완이 독립선포를 하지 않는한 무력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외교정책은 어떠할 것 같은가.

▲중국은 미-일과 건설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경제교류를 확대시키는 기존 정책을 여전히 견지할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모두 반대한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국제사회에서 점차 강해지는 발언 등으로 인해 21세기 중국의 강대국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중국 위협론'도 대두되고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중국은 아직 '발전 중인 국가'일 뿐이다.

개인소득도 매우 낮다.

30~40년후 중국의 경제수준이 세계 2, 3위로 뛰어오른다해도 패권주의 노선은 절대 안 취한다는 입장이다.

생각해보라. 중국은 유교문화의 발상지다.

일찍이 공자는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己不所欲 勿施予人)'라고 설파했다.

지난 날 열강들의 패권주의에 희생당한 경험이 있는 중국으로서는 강대국이 되어도 다른 나라에 결코 패권주의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신념이다.

전경옥 부국장 siriu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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