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Curling).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빙상경기다.
5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8개의 스톤을 얼음 위에 던져 하우스(표적)에 얼마나 정확하게 도달하는가로 승부를 결정지는 단체경기로 기술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연령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 대구·경북은 한국 컬링의 메카다.
남자 시니어, 주니어 대표팀이 모두 이 지역 선수들이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2002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에서 경북컬링연맹 소속 선수들로 전부 구성된 남자 시니어 대표팀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계미(癸未)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를 향해 달음박질치는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다.
컬링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지난 1994년. 개인적으로 컬링에 관심을 가졌던 몇몇 사회체육인들에 의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만해도 빙상경기하면 스케이팅이나 아이스하키, 쇼트랙만 알던터라 국내는 컬링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지도자도 드물었고 선수도 없었다.
이듬해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컬링 강습회가 서울과 대구, 수원 등지에서 열리면서 체육인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법. 국내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는 컬링 장비, 제대로 된 실내 빙상경기장마저 드문 열악한 환경속에서 국내 컬링의 발전은 요원했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실내경기장인 대구빙상경기장은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선수들과 번갈아가며 사용해야 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컬링 세계 최강국으로 꼽히는 캐나다의 경우 컬링 인구만도 200만명. 캐나다 전역에 산재한 수백 개의 전용경기장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컬링을 즐기며 생활 속의 스포츠로 뿌리내린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러나 컬링에 열정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한국 컬링은 빠른 시간내에 성장했다.
1995년 대한컬링연맹과 동시에 창설된 경북컬링연맹이 그 주인공. 대구·경북지역 컬링의 대부로 불리는 경북과학대 사회체육과 김경두(46) 교수의 노력과 경북연맹 초대회장을 지낸 이영상 전 경북외국어테크노대 학장, 학산건설 장창환 사장 등의 지대한 관심과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에 경북연맹이 전국 나아가 아·태지역의 최고의 팀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경북컬링연맹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매년 선수단을 컬링 선진국인 캐나다, 노르웨이 등지로 전지훈련을 보내 경기력 향상과 풍부한 경험을 쌓게 했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현재 국가대표팀을 이루고 있는 이동건(동아대) 박재철(동아대 대학원) 최민석(동아대) 고승완(경북과학대) 김수혁(의성고) 등 5명은 이때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성장한 선수들. 컬링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최우선되는 경기종목이라고 소개한 대표팀 양영선 코치(대구연맹 실무부회장)는 "이제까지 경북컬링팀이 국내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무적의 팀이 된 것은 바로 팀워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지난 5년동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동고동락하며 컬링 발전을 위해 뛴 것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볼링선수로 활약하다 컬링에 입문한 대표팀 스킵(skip·주장)인 이동건(24) 선수는 "지난 5년동안 함께 빙판에서 뒹굴며 연습해온 탓에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게 될 정도"라며 "빠른 시간내 세계 제패와 선수출신 첫 컬링지도자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의 막내인 김수혁(19·의성고 3년) 선수도 "전용경기장조차 없는 현실에서 오로지 세계최강의 목표만 생각하며 연습해왔다"며 "4, 5년내 세계 최고의 컬링팀으로 우뚝 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컬링이 일반인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TV로 방영되면서부터. 당시 김경두 교수가 TV방송에서 경기해설을 맡아 시청자들이 컬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국내서는 2000년 제81회 동계체전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 현재 전국 14개 시도에 협회가 조직될 만큼 본 궤도에 올랐다.
컬링은 바둑이나 장기의 전술, 당구와 볼링의 각도 감각, 골프의 자기 컨트롤, 야구의 팀워크, 테니스의 민첩함 등 모든 스포츠의 특성을 아우르는 경기다.
모든 경기가 마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정신적 스포츠'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 때문에 컬링 선수들은 일반 스포츠 선수들과 많이 다르다.
기능보다 팀워크가 우선되고, 섬세함과 치밀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파워보다 정교함과 안정된 심리상태를 갖추는데 힘을 쏟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는 경북컬링연맹 선수들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하고 있다.
남자주니어대표팀 김경석(38) 감독은 "전용경기장 건립이 최우선 과제"라며 "빠른 시간내 한국적 컬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설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세계 최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망의 2003년, 지평선을 가르며 불쑥 솟아 떠오르는 태양을 온몸에 맞으며 빙판에서 둥근 스톤을 던지는 컬링 국가대표팀. 그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시니어 대표팀은 오는 16일부터 이탈리아 타르비지오에서 열리는 2003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출전에 이어 2월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도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컬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 아오모리대회가 처음.
또 경북연맹소속으로 모두 의성고 재학생들로 구성된 남자 주니어(만21세 미만) 국가대표팀도 오는 8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10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컬링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각오로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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