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대구.경북의 선택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영.호남의 지지 후보가 확연히 드러난 지난 대통령 선거 막판 영.호남출신 민주당 인사들과 지역구도의 폐해를 화제로 한 사석에서였다.

'지역구도에 온 몸으로 싸워 온' 영남출신 노무현 후보가 대구든 부산이든 영남땅 어디에서라도 '영남이 먼저 김대중을 포함한 호남과 화해하자'고 호소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이유야 있겠지만 어쨌든 막무가내식 지역대결은 결국 영.호남 모두를 고립시킬 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대답은 "노무현=김대중의 구호를 놓고 쌍방 공방을 벌이는 판에 표 떨어질 큰일 날 소리"였다.

대신 민주당 사람들은 "대구.경북의 지도층이 먼저 TK와 김대중의 화해에 앞장서달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 어설프게 김대중의 역성을 들다간 자칫 매도당하기 십상인 현실에서 그 제안에 대한 답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거패배 후 한나라당은 망연자실한 형편이다.

패배 책임을 둘러싼 내부 진통도 계속되고 패배 원인을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국민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 안이했다"는 반성도 있고 "상대편의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낙선 이유로 '김대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을 꼽는 이도 있다.

'반 김대중'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유연함과 신선감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준 '반 김대중'의 위력만 믿다가 새로움을 원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 지역구를 석권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 DJ' 정서에만 매달리다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놓쳐버렸다는 분석은 대구.경북의 앞날을 생각할 때 새겨볼 말이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신년교례회에서 조해녕 대구시장은 "야당도시라는 게 지역발전에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 출발하자"고 했다 한다.

그렇다.

야당도시라는 이름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죽어지낼 필요도 없고 새 정부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도 없다.

노 당선자의 이강철 정무특보도 "노 당선자에게 가장 적은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의 민심을 추스르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나 새 출발, 새 도약은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TK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은 물론 대구.경북 스스로도 우선 유연해야 한다.

정치적 색깔을 같이하든 달리하든, 지역을 같이하든 달리하든 서로의 현재 위치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은 "표가 적게 나온 수도권 의원들은 죽을 맛"이라며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치닫는다면 차기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한다.

정치적 공과는 일단 차치하고 인간 김대중을 비롯한 호남과 대구.경북의 화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언제나 역사의 전면에 앞장서 온' 대구.경북이 화해의 대세에 먼저 나설 수는 없을까.

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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