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심리학에는 '인간성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주장이 있다는데 이는 오해다.
이 땅에 존재하는 창조물 중에서 인간만큼 '새 것'을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
익숙하지 못해 막연한 불안감이야 있겠지만 변화 자체를 무작정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변화가 '합리적인 진보'로 느껴진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신년 벽두의 키워드는 변화이다.
변화는 새 정권이 거세게 밀어붙일 것이고, 좋든 싫든 우리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변화와 개혁의 화두는 YS, DJ 정권 출범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변화.개혁이 특정 부문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우리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또 이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유없는 무력감
변화가 시대 흐름의 대세가 된 지금, 지역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다.
변화 그 자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대한 우려에서다.
변화가 아무리 중대한 '진보'일지라도 지금까지 안주해왔던 심리적 세계의 경계선을 일거에 파괴해 버릴 만큼 급격한 것으로 느껴진다면 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우려한다고 해서 변화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럴수록 더욱 뒤처지고 고립될 뿐이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는 것도 생활의 지혜다.
이 무거운 분위기는 새 정권에서 소외되고 지역 발전이 더욱 더디어 질 것이란 생각에서 생겨난 바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온당치 않다.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과 인내로 이끄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반대하고 불평한다고 해서 국민을 내치면 이는 정치(政治)가 아니라 정치(征治)다.
정치(征治)를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다른 대통령처럼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정치(征治)를 한,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단할 근거는 아직 없다.
또 지지율때문에 알게 모르게 지역을 차별 대우할 것이란 생각 자체가 변화.개혁의 시대 조류와 크게 어긋나는 구시대적 사고일 뿐이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 대통령 당선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해서 지역 발전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주의를 부추겼던 김영삼 정권때는 물론 TK의 전성기라는 5.6공때도 정권의 배려는 커녕 오히려 '역차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지역민이 더 많다.
물론 정권에 참여하는 지역 출신의 인사는 좀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선거 등 자신에게 필요할때만 TK를 찾을 뿐이지 지역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TK출신이 잘 나가던 그 시절에 자신과 이런 저런 이유로 연결된 극소수가 아닌, 대구.경북을 위해 그들이 어떤 일을 했나.
결국 정권의 향방은 지역주의에 힘입어 일부 잘나가던 TK의 명운과 직결될 뿐 대구.경북에 몸담고있는 우리 서민의 일상이나 지역의 명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지역 사회에 어두운 분위기가 남아있다면 이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끊임없이 부추긴 지역주의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제에 'TK'라는 어휘는 더 이상 쓰지 말자. 대구.경북 출신이 각계 요소요소에 포진하는 바람에 이 신조어가 부러움 반, 시샘 반이 되던 시절이 한때 있었지만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수구, 편협한 지역주의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살기 위해서는 TK가 뭉쳐야 한다'며 은근슬쩍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정치인들도 경계해야 한다.
다음 시대의 일을 생각않고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쟁이'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직시하고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없어 이미 깨져버린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정치장이가 여전히 지도자 행세를 할 정도라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없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새해가 시작됐다.
시간 자체에는 그 경과를 표시하는 구분이 없다.
그런데도 새해의 시작이 우리 생활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한해가 비롯되는 생활의 시작이요,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새해의 시작은 항상 신선하고 정결하고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새해의 시작을 대구.경북에 드리워진 어두운 분위기를 일소하는 것으로 했으면 싶다.
좋든 싫든 사회 전반의 변화.개혁은 시대 흐름의 대세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이 흐름에 더욱 뒤처지고 고립될 뿐 대구.경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경북의 발전은 이 곳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한결같은 바람이지 않은가.
허용섭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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