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배중 투병생활 한총련간부 노당선자에 구명 요청

"200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들 희망을 이야기하며 가슴 부풀어 있는 지금 우리는 한가지 아픈 사연과 함께 대통령 당선자에게 덕담대신 바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계미년 2일 부산대병원 신관 휴게실에는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모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친구의 구명을 요청하는 간절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의 친구는 지난해 부산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윤용조(25.철학과 4년)씨.

윤씨는 지난 99년 부산대 인문대 학생회장으로 당선되면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받아 같은해 4월부터 수배명단에 올랐다.

6.15 공동선언으로 다소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이 때만하더라도 수배자들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윤씨 역시 숲속이나 건물 옥상 등 검거망을 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다니며 잠을 청했고 극도의 불안속에 밤을 지새야 했다.

점차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윤씨는 지난해 부산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가슴통증을 자주 느꼈지만 수배자의 신분으로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동생의 이름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몰래 입원, 어렵게 검진을 받은 결과 '심근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결과를 알기 위해 지난달 31일 부산대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갑자기 심장이 멈출 수 있는 심근염과 다한증 등의 병명을 확인하게 됐다.

학생들은 "부림사건 때는 물리적.폭력적인 인권탄압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정신적.생활적인 탄압으로 학생들이 점차 젊음을 질식당하고 있다"면서 "인권 변호사출신인 노무현 당선자는 윤씨를 수배에서 해제시켜 주고 한총련이적규정을 철회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은 이같은 요구를 담은 편지를 청와대와 정권인수위원회, 민주당 등지에 보내기로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