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희정(29·대구 이곡동)씨의 소득은 봉급쟁이인 남편보다 훨씬 많다.
2001년 여름 아동복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시작한 뒤 남편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이룬 것은 물론, 동화책에서나 읽었던 '돈방석'까지 경험했다.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대박을 터뜨린 것.
인터넷 쇼핑몰을 개점한 첫 달, 모든 비용을 빼고도 떨어진 순수익이 800여만원에 달했다.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수익이 불어 최고 1천200만원까지 올랐다.
홈페이지 제작, 물건 구입, 컴퓨터 구입 등 창업비용은 2천500여만원 들었지만 불과 석달만에 창업비용을 모두 만회했다.
지금도 온라인으로 월 500만원 이상 벌 뿐 아니라 "오프라인 가게도 내 보라"는 이야기가 쇄도, 대구·서울·전주에 잇따라 가게도 냈다.
"사업 규모가 너무 커져 당황했습니다.
서울에 가게를 내면서는 가족과의 생이별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그때부터 사업과 가족의 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결국 선택한 것은 가족. 그래서 대구·서울의 가게를 정리하고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 전주점에서만 일정 액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김씨도 1999년 결혼하고 이듬해 아이를 낳을 무렵까지만 해도 전적으로 남편 봉급에만 매달려 살았던 평범한 주부였다.
돈벌이를 해 본 것은 대학시절 아르바이트가 전부였다.
김씨는 '때'를 맞추는 것이 장사에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자신의 아동복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성공한 것도 바로 이 조건들이 맞았다는 것. "제가 시작하던 그 해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괜찮았습니다.
비슷한 사업을 한 제 친구도 월 1천만원을 법디다.
당시엔 인터넷 쇼핑몰이 많지 않았거던요. 일단 때를 잘 맞춰 시작한 셈입니다.
그리고는 제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냈지요. 당시 서울 강남지역에서 유행하던 '유럽 브랜드'를 팔아 보자고요".
때를 맞춰 사업을 시작하고 아이디어를 짜낸 뒤, 김씨는 발로 뛰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유럽을 드나들었다.
좋은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김씨가 주로 찾은 곳은 프랑스 파리의 쁘렝땅·갤러리아 등 유명 백화점. 그리고 백화점 주변 거리 가게에서도 좋은 물건을 사들였다.
서울이나 대구에 좋은 물건이 있으면 그것도 구입해 인터넷에 바로 올렸다.
"옷을 구입하면서도 수칙을 정했습니다.
중저가이면서 질이 좋고 디자인이 예쁜 것으로 한다고요. 물론 지극히 교과서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 수칙을 항상 반복해서 되뇝니다.
잘못하면 엉뚱한 옷을 사 와 창고에 썩히게 되니까요".
김씨가 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주의한 것은 재고 관리. 사업해 본 경험이 없지만 재고가 경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쳤다.
옷은 계절과 유행을 탈 수밖에 없으니만큼 조금만 묵은 옷이 눈에 띄어도 곧바로 할인 판매했다.
30%, 50%, 70%…. 때로는 원가로도 팔았다.
머뭇거리다 재고를 쌓게 되면 결국 적자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김씨가 얘기하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주부가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 김씨는 철따라 한번씩 물건 사러 나가는 일 외에는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아이도 직접 돌보면서 일했다.
"일이 적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잠 든 밤에 물건 사진을 찍어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포토샵 작업을 했습니다.
쉴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애가 낮잠을 잘 때 제게 온 전자우편을 검색하고 소비자들에게 홍보 메일을 보내는 등 짬짬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결국, 쉬는 시간을 줄이고 조금 더 바쁘게 움직이면 주부도 할 수 있는 사업인 셈입니다".
김씨는 가끔씩은 며칠씩 놀러도 다닌다고 했다.
전국 어느 곳, 전세계 어떤 곳이라도 인터넷이 열려 있으니 어딜 가든지 자신의 사업을 계속 점검하고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기 때문. 휴대전화도 언제든 켜져 있으니 김씨의 움직이는 사무실은 사실상 휴무가 없는 셈이다.
"소자본 창업 중에서도 인터넷 쇼핑몰은 가장 적당한 것입니다.
다만 인터넷 고객 수준이 오프라인 가게 손님과는 다르다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정보를 엄청 빠르게 획득하는 사람들이지요. 조금만 비싸게 내놔도 다른 사이트와 비교해 곧바로 외면을 하거나 항의합니다.
저도 이것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김씨는 이제 업종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주력으로 내세웠던 옷 종류가 유행을 잃고 있는 탓. 하지만 지난 일년여의 경험이 김씨에겐 큰 재산이다.
어떤 일도 이제 자신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장사란 것이 참 어려운 것이지만, 그래도 돈 들어오는 것을 보면 참 재미 있습니다.
저의 숨은 능력을 발견하는 계기지요. 주부들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인터넷을 잡담하고 게임하는 도구로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곳에 '돈'이 있습니다.
숨은 구석을 찾아내야 합니다". 김씨는 새해에는 주부들도 눈을 크게 뜨자고 권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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