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송 내원마을 사라질 위기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깊은 산속 '내원마을'. 전기도 없어 문명과 동떨어진 명물이 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대전사 입구 매표소에서 주방천 계곡을 따라 제3폭포를 지나고 다시 명동재를 넘는다.

여기서부터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1시간 남짓 걸으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5만여평의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하늘아래 첫 동네인 청송군 부동면 내원리이다.

사람이 없어 사람을 그리며 사는 마을. 아직 이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당연히 세상소식을 전해주는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다.

주민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촛불로 어둠을 밝히며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운다.

내원마을에는 9가구 18명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한가족처럼 살고 있다.

"어렵고 힘든 세상을 등지고 농사를 짓겠다"며 지난 94년 이곳에 들어온 이상해.김희숙(43)씨 부부. 이들 부부는 구 주왕산초교 내원분교장을 매입, 연간 6만여명의 산사람들에게 민박을 하며 신선처럼 살고 있다.

산사람들은 이곳을 '무릉도원'이라고 부른다.

이들 부부가 직접 만든 '천일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금방 정겨운 이웃 사촌이 된다.

식사 때엔 된장국과 산나물 등 푸짐한 음식들이 식탁 가득 나온다.

음식값은 산사람들 스스로가 가격을 정해 내놓고 간다.

포항에서 가수 생활을 하는 배영태(42)씨는 지난 2001년부터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와 통기타 라이브로 봉사하고 있다.

올해 배씨는 '내원동 넋두리'라는 제목의 노래를 작사.작곡해 이들 부부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산 아래 사람들이 왜구를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살면서 생겨난 내원마을이 2004년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주왕산 관리사무소 제해영 소장은 "내원마을 일부 주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무허가 음식점과 민박업을 하는 바람에 하류 주방천의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며 "2004년 마을 철거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철거소식에 대해 내원마을 사람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철거반대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며 "수십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관광객 배정희(44.대구시 동구 신천3동)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정겹게 오순도순 살아가는 내원마을이 사라지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청송지역 주민들도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주왕산의 자연을 파괴하면서 교량을 설치하고 등산로를 개설해놓고 이제와서 자연보호를 운운하며 마을을 없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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