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와 인적청산을 주장하며 당내 세확산에 나선 개혁파 의원들의 행보가 최근 당안팎의 견제로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당내 구주류측의 지속적인 반대속에서 쇄신운동을 함께한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고 노무현 당선자가 급진적 개혁활동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쇄신운동 초기, 개혁파 의원들과 같이 했던 김경재 의원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노 당선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더라도 똑같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겠느냐. 민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역설하며 당내 23인의 서명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일부 의원들이 당의 쇄신을 위해 획기적인 방안을 제출하고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면적인 변화는 필요하지 않다"며 "대선을 함께 치른 민주당과 지도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힐난했다.
노무현 당선자도 지난 신년회에서 '인적청산'이란 단어 사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새로운 면모로 가꿔가자는 것이지,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청산을 한다는 말인가"라며 당내 개혁이 급진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또 "공격하고 이를 또 방어하고 한다는 것이 너무 야박하다"면서 "당을 위해 앞장서신 분들이 새롭게 변화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당 일각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신-구주류측의 화해를 시도했다.
이밖에 개혁파가 안고 있는 또다른 부담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동교동계가 사실상 해체된 것을 들 수 있다. 구태정치개혁의 대상이었던 동교동계가 자진 해체함에 따라 개혁활동의 명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개혁파들은 이같이 당내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신들의 세확산을 위해 계획했던 전체회의를 다음주로 연기하는 등 저돌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노당선자 개혁 '투톱'체제 가동
민주당 개혁특위가 가동된데 이어 인수위에 설치된 정치개혁연구실도 3일 실장을 내정하고 위원인선에 나서는 등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개혁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톱체제가 본격가동되고 있다.
노 당선자는 3일 정치개혁연구실장에 고려대 임혁백 교수를 내정하고 위원 인선에 나섰다. 민주당 개혁특위가 민주당의 지도체제개편 방향과 원내정당화, 정책정당화 등 정당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정개연은 노 당선자가 지역구도 타파방안으로 제시한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제 전환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제도적 측면의 정치개혁과제들을 집중 연구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할 전망이다.
인수위 정무분과위 김병준 간사는 이와 관련, "새로운 내용을 연구하기 보다는 기존 정치권이나 선관위, 학계, 시민단체가 제시한 정치개혁 과제를 수집, 정치제도 전반에 대해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공영제 확대와, 중앙당 축소 등의 제도개혁부분은 물론, 노 당선자가 임기말에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책임총리제 등을 포함한 개헌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간사가 "인수위가 활동을 종료하는 2월 말경 정개연도 활동을 마칠 것이며 연구 결과 및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개연은 인수위 활동 종료이후에도 노 당선자가 관심을 갖고있는 정치제도개혁과 개헌 문제 등을 꾸준하게 연구할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그러나 민주당 개혁특위와 국회정치개혁 특위가 본격적인 정치개혁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노 당선자가 직접 정치개혁에 나서는 것은 '옥상옥'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가 정치개혁에 직접 나서, 정치권을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개연은 노 당선자가 인수위를 출범시키면서 "당과 별도로 인수위에 정치개혁입법을 다룰 소위를 두도록 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설치된 기구다.
인수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부가 정치개혁에 관해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처럼 오해를 사서는 안된다"면서 "정개연은 정치개혁안을 연구, 토론, 제안하는 일만 하게 될 것"이라고 정개연의 활동범위를 분명하게 밝혔다.
어쨌든 정개연은 당장 노 당선자가 관심을 갖고있는 17대 총선이전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제 전환과 선거공영제 확대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정치권 개헌론 勢확산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의 지난 3일 '내각제개헌 추진'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민련은 개헌론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으며 민주당 역시 원론적인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식의 공식 논평을 낸 것이다.
물론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과 관련해선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내각제 쪽으로 쏠려있는 반면 민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등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3당 모두가 개헌 자체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면에는 세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특히 내각제를 통해 연대를 추진할 수있고 민주당 역시 개헌을 고리로 여소야대 구도에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여론도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무의 이날 발언은 "의원 개인의 사견에 불과하다"는 본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개헌, 구체적으론 내각제 논의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각제론은 지난 연말 원내.외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잇따라 제기됨으로써 표면화됐다. 물론 이전에도 사석 등을 통해 상당수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급기야 핵심 당직자인 총무까지 공식 회의석상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에 이른 것이다. 갈수록 에스컬레이트화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때문에 이 총무의 발언을 두고 내각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자민련과 민주당내 구주류 등을 상대로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물론 당내에선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각제에 반대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내각제를 당론으로 내세운 자민련은 즉각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유운영 대변인은 "우리 당이 고군분투해 오던 내각제개헌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논평한 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도 개헌을 공약했던 만큼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공론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도 "우리 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음 총선에서 공약을 통해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로의 단계적인 개헌필요성을 밝힌 적이 있는 만큼 이 총무의 발언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고 밝힌 뒤 "그러나 북핵문제 등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서 정치권 일부의 개헌논의는 정국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등 발언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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